‘가정사 고백’ 선미, 화려함 속의 결연함

리뷰
선미의 가정사가 알려졌다. 12살이란 어린 나이에 가족의 생계를 위해 가수가 되기로 했다고 한다.

 

강렬한 마스크에 언제나 화려한 퍼포먼스를 펼치는 선미였기에 누구도 그에게 그런 형편이 있었다고 예상하지 못했다.하지만 선미가 지나온 아이돌 출신이면서 여성 솔로 아티스트로 정상에 오른 그 쉽지 않았던 길을 돌아보면, 그가 지닌 가정사가 지금의 선미를 만든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볼 수 있다.

원더걸스 시절 선미의 캐릭터는 4차원 소녀였다. 엉뚱한 대답을 하고 가끔 혼자만의 생각에 빠지기도 했다. 방송에 출연한 신동은 10대의 선미를 보며 까칠한 아이로 기억한다고도 했다.

3년 동안의 활동 후 그룹을 탈퇴한다고 했을 때, 당시 밝힌 이유는 학업 때문이었지만 몇 년이 흐른 후 성인이 된 선미는 탈퇴 이유에 대해 ‘더는 무대에 서는 게 행복하지 않아서’라고 했다.

2010년 박진영 PD의 철저한 기획 아래 ’24시간이 모자라’로 솔로 데뷔한 선미는 ‘보름달’까지 2연타를 치며 솔로 아티스트로 정상에 섰다. 원더걸스로 다시 복귀해 자작곡으로 1위를 하기도 했지만, 선미는 JYP엔터테인먼트와 재계약을 하지 않는다.

선미가 선택한 새로운 회사는 아이돌을 매니지먼트한 경험이 전무한 메이크어스엔터테인먼트. 이런 선택은 스스로의 역량을 믿고 있다는 자신감으로 비치기도 했다. ‘탈 박진영’ 이후 선보인 첫 번째 곡 ‘가시나’는 그녀가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의 맥락이 읽히기도 한다. 가시나는 이전 솔로 곡들과 이성을 대하는 화자의 자세와 퍼포먼스의 성격 등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24시간이 모자라와 보름달이 상대방을 향한 애타는 마음을 표현하며 곡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유혹의 몸짓으로 끌고 갔다면, ‘가시나’와 ‘주인공’의 화자는 사랑과 이별에 끌려다니지 않는다. 내게 아픔을 주는 사랑일지라고 계속하던 대로 하라, 말하고 떠난 남자는 지루하게 매달리지 않는다. ‘아름다운 꽃의 무리’처럼 피어난 것은 화자인 자신이고 져버린 것은 떠난 남자라며 화끈한 결말을 내리기도 한다. 비장한 표정으로 춤을 추다가도 갑자기 웃어 보이는 선미의 표정은 그런 화자의 생각이 섬뜩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다가온다.

가족을 위해 성공하기로 하고 목표를 이룬 후, 스스로 결정해 팀 탈퇴를 결심했던 10대의 선미는 가시나와 주인공 속의 선미와 많이 닮아있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을 스스로 결정할 줄 알고 망설임 없이 행동으로 표현한다.

선미는 아이돌이 되고, 솔로로 나서고, 소속사를 바꾸며 성장해왔고, 이전보다는 더 많이 자기 생각 또는 자기의 솔직한 모습 그대로를 앨범에 담아낼 줄 아는 뮤지션이 됐다. 그리고 인제야 밝혀진 그녀의 가정사는 의도가 무엇이든, 현재의 선미와 오버랩되며 그녀를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했다.

맥락이 읽히는 10년 동안의 변화와 그 사이사이를 잇는 선미의 결연함이 참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