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공과대학 학장을 역임한 이건우(63)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2004년 아시아인으로는 최초로 자동설계(CAD)분야 국제학술지인 ‘CAD 저널’ 편집장에 오른 세계적 학자다. 그러면서도 교수 신분으로 두 차례나 창업의 경험까지 보유한 ‘창업교수’이기도 하다.이 교수는 산업현장과 협력을 강조하고자 국내 최초 공학 MBA 과정인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을 세운 현장형 교수다.
그가 연합뉴스가 주관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한 청년정책소통포럼의 연사로 등장해 4차산업 혁명 시대의 인재상에 대해 강연한 내용은 현업의 다양한 이들에게 귀감이 된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분야가 주목받아도 조선, 반도체 등 전통적 분야에 연구 개발을 등한시하면 안된다.”
그가 만든 3D 스캐너 시스템은 가발 전문업체 등에서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후문. 실사구시형 학자인 이 교수가 전하는 청년 포럼의 주제는 미래를 예측하지 말고, 오히려 미래를 창조하라는 외침이었다.
다음은 이 교수와의 일문일답.
–4차 산업혁명의 선두 주자로 활동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대학 교육의 현주소를 진단해본다면?
▲ 솔직히 내 견해로는 우리 대학들이 4차 산업혁명과는 무관하게 운영되고 있다. 사회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변하는데 대학은 그 속도에 못 따라가고 있다고 본다. 앞으로 더 혁신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선두 주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 공과대학은 나라의 산업에 기여하는 바가 있어야 한다는 게 내 지론이다. 과거에는 공과대학을 지나치게 학구적으로 운영하다 보니 산업체와는 거리가 좀 있었다.
그래서 공학전문대학원 같은 새로운 조직을 만들었다. 산업체의 문제를 직접 풀면서 이를 통해 인력을 양성하는 교육 기관이다.
–직접 창업을 하기도 한 1세대 교수 창업자라고 들었다.
▲ ‘내가 생각했던 물건이 세상에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
공학자라면 누구나 생각할 것 같은 이 생각에서 출발했다.
물론 회사까지 차리지 않고 누군가 내 아이디어를 실제 상품으로 만들어줬으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나타나지 않아서 직접 창업을 하게 됐다.
맞춤 구두를 만들 수 있는 자동화 시스템을 개발했다. 내가 평발이라 구두에 굉장히 민감하다.
특히 스키를 탈 때면 내 발의 튀어나온 부분이 스키 부츠에 계속 걸린다. 그래서 신발을 깎아보기도 하고 이것저것 하다가 안 돼서 결국 미국에서 맞춤 깔창을 만들어 써봤다. 이거다 싶어서 맞춤 깔창을 일반 구두에 전부 적용해보고 싶었다.
컴퓨터 기술, 발을 측정하는 레이저 스캐닝 기술, 구두 틀을 자동으로 깎을 수 있는 NC 공작기술 등을 합친 시스템을 개발했다. 당시 국내 제화 업체에 맡기고 싶었는데 안 한다 했다. 그런 차에 회사와 공장을 차렸다. 심지어 강남에 가게까지 열었다.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인재상은 어떤 인재인가?
▲ 워낙 빨리 변하는 시대라 우선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따뜻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기술의 파급력이 워낙 커서, 기술을 만들고 다루는 사람이 나쁜 마음을 먹게 되면 큰일 난다. 인성이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해 본인이 가장 기대하는 아이템이 있는지?
▲ 가장 기대되는 건 ‘구글 글라스’다. 구글 글라스를 끼면 어떤 사람을 만나든 내가 저 사람을 언제 만났는지, 저 사람의 배경이 뭔지 알 수 있다. 가끔 만난 사람의 이름이 전혀 생각 안 날 때도 있는데, 구글 글라스를 끼면 참 편하다.
무인자동차도 기대된다. 이제 나이를 먹어서 운전하기가 점점 힘들어진다. 무인자동차가 있으면 나이 먹어서도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편할 거 같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전하는 말은?
▲ 청년들은 걱정들을 많이 하는 것 같다. 내가 하는 전공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전공인가, 이제라도 다른 전공으로 바꿔야 하는 것 아닐까 고민하는 거다. 하지만 피터 드러커가 이런 말을 했다.
“미래를 예측하지 말고 미래를 창조해라.”
그러면 내가 아는 미래가 오는 거니까. 우리 학생들도 자신의 분야에서 역량을 키우면 되겠다. 자신이 어느 분야에 있든 그 분야의 일인자가 되면 살아남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