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서전은 위인전이 아니다

도서관이나 문화센터 또는 복지관에서 ‘자서전 쓰기’ 강좌를 진행하면서 항상 듣는 말이 있다. “나 같은 사람도 자서전을 쓸 수 있나요? 난 위인도 아니고 특별하지도 않은데.” 또는 “나는 글을 써 본 적이 별로 없는데.”와 같은 말이다. 이 두 가지 문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를 짚어보면 ‘자서전 쓰기’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을 바로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로, 자서전을 위인전으로 […]

도서관이나 문화센터 또는 복지관에서 ‘자서전 쓰기’ 강좌를 진행하면서 항상 듣는 말이 있다. “나 같은 사람도 자서전을 쓸 수 있나요? 난 위인도 아니고 특별하지도 않은데.” 또는 “나는 글을 써 본 적이 별로 없는데.”와 같은 말이다. 이 두 가지 문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를 짚어보면 ‘자서전 쓰기’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을 바로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로, 자서전을 위인전으로 착각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먼저 바로잡아야 할 선입견이다.

‘위인전’은 그야말로 대단한 업적을 세운 입지전적인 인물에 대해 제3자가 보고 듣고 느끼고 평가한 바에 대해 쓴 책이라고 생각하면 되겠지만, ‘자서전’은 나이와 성별, 인종을 불문하고 본인이 본인의 생애에 대해 고찰하고 서술한 책이라고 말하면 될 것 같다. 이 둘을 구분하지 않고 동일시 하면 결국 평범한 사람들은 자서전을 쓸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위인전과 자서전은 근본부터 다른 것이므로, 위대한 사람만 자서전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크게 잘못된 선입견이라는 것을 우선 알아두자.

이러한 오해를 풀기 위해서라도 필자가 스물여섯 살 때 썼던 책에 대한 이야기를 예로 들어야 할 것 같다. 대학원 재학 시절이었다. 스물다섯 살 때부터 1년간 쓴 글을 책으로 묶었다. 글을 쓴 기간은 길었지만 결과물로 엮은 책은 고작 32페이지짜리였다. 그러나 그것이 필자가 엮은 최초의 책자였으므로 그로부터 24년이 지난 지금까지 보물처럼 간직하고 있다. 책 제목은 <26세의 비망록>이었다. 그리고 또 한 권의 책 <26세의 명상록>을 냈다. 이 책들을 이루고 있는 내용들은 신변잡기로부터 시작해서 경험, 생각, 느낌, 사상, 신앙 등이었고, 장르로 따지자면 ‘수필’이었다. 그저 글을 쓰는 일이 즐겁고 재미있어서 즐기면서 썼다. 결과물 자체는 두께도 얇고 디자인도 볼품없는 책이었지만, 지금에 와서 다시 그 책을 바라보는 심경은 기쁨 그 자체다. 그 책을 보고 있노라면 24년 전의 내가 가졌던 생각이나 사상, 느낌을 지금도 고스란히 떠올릴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책이 주는 매력이고, 기록물이 가지고 있는 최대의 가치다.

24년 전에는 몰랐지만, 현재 자서전 쓰기 강사로 활동을 하면서 그 당시에 썼던 책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니, 그것이 스물여섯 살이었던 나의 ‘자서전’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다시 말하면 ‘수필’도 자서전이 될 수 있고, ‘시’도 자서전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내가 나의 생각과 느낌, 사상, 그리고 경험을 글로써 서술할 수만 있다면 그 글이 곧 자서전이 된다는 뜻이다.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만나는 모든 사건, 즉 다시 말해서 성장, 희망, 기쁨, 좌절, 분노, 재기와 같은 인생 전반이 ‘살아있는 자서전’이요, 자서전은 곧 ‘인생’이다. 그러므로 자서전을 거창한 위인전으로 착각하는 사람이 없기만을 바랄 뿐이다.

둘째로, 글을 써 본 적이 별로 없어서 자서전을 쓰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물론 본인의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글쓰는 일은 글쟁이들이나 하는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말자.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글쓰기다. 다만, 우리가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것은 학교에 다닐 때부터 공교육을 통해 훈련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하는 것이 가장 설득력 있는 주장이 될 것이다.

우리가 평소에 말하는 습관이나 패턴을 생각해보면 더 이상 글쓰기가 남의 이야기로만 들리지는 않을 것이다. 모국어로 한국말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태어나서부터 배우고 써 왔기 때문에 말을 유창하게 한다. 언어를 습득하는 과정을 자세히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우선, 우리가 태어났을 때 우리를 돌보아준 부모나 형제 또는 친척들은 우리가 젖먹이 아기였을 때부터 끊임없이 우리에게 말을 해왔고 우리는 그것을 귀가 닳도록 들었다. 듣기만 한 것이 아니라 말을 흉내내보고 실제로 소리 내어 말하는 연습을 했다. 수없이 많은 연습과 시행착오를 통해서 우리는 모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경지(?)에까지 올랐다.

그러면, 글의 경우는 어떨까? 우리는 어려서부터 남이 쓴 글을 읽는 데만 익숙해왔지 실제로 자신이 시간과 공을 들여 글을 써 본 일은 많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한국말을 하기 위해 들였던 시간을 생각해보면 금방 이해가 간다. 그 시간과 비교해본다면 글을 쓰는데 사용한 시간은 정말 보잘 것 없이 적다. 만일 글쓰기를 어려워한다면 그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글을 쓰는 것이 어렵다는 것은, 다시 말해서 글을 써 본 시간이 지극히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글을 잘 쓰느냐 못 쓰느냐를 나누는 기준은, 글 쓰는 시간이 얼마나 많았느냐에 있다. 글을 쓰는데 시간을 투자하고 글을 쓰고자 하는 열정만 가질 수 있다면 글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나 고통을 물리칠 수 있다.

자서전은 단순한 사건의 나열로 이루어진 책이 아니다. 우리의 인생 그 자체이며, 희로애락과 고군분투가 녹아있는 인생의 역사서다. ○○○라는 사람이 지구라는 행성에서 언제부터 언제까지 살았으며, 어떻게 살았으며,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았다는 절절한 스토리를 기록한 책이다. 자서전을 쓰는 사람은 본인이 살아온 시대를 서술하는 사관(史官)이며, 지구에 자신의 흔적과 기억을 남기는 사람이다. 여러분이 남긴 자서전은 후대 사람들에게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와 인생의 교훈, 그리고 가치로 기억될 것이다.

민경호(세계로미디어 대표, 자서전쓰기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