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영업에 뛰어든 10명 중 3명은 종잣돈이 500만 원 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영세한 것으로 나타났다.작년 조선업 구조조정의 여파로 안정된 직장에서 밀려나 생업을 위해 자영업에 뛰어든 이들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통계청이 8일 발표한 ‘2017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비임금근로 부가조사 결과’에는 이러한 내용이 담겼다.
이 조사는 올해 8월 기준 표본 3만2천 가구에 속한 비임금근로자 중 최근 2년 이내에 자영업을 시작한 이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종잣돈을 의미하는 사업자금을 규모별로 보면 500만원 미만이 전체의 28.3%로 가장 비중이 컸다.
500만∼2천만원 22.0%, 2천만∼5천만원 21.1%, 5천만∼1억원 16.6%, 1억∼3억원 10.9%, 3억원 이상 1.2% 순이었다.
종잣돈이 2천만원이 안 되는 자영업자는 50.3%로 절반보다 많았던 셈이다.
직전 조사인 2015년 8월과 비교하면 500만∼2천만원 구간이 3.5%포인트(p) 증가해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일반적으로 종잣돈이 많을수록 기대 수익이나 안정성이 높다고 인식된다.
올해 조사 결과는 그만큼 자영업에 뛰어든 이들이 영세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상황은 최근 들어 더 악화하고 있다. 사업 시작 시점을 2년에서 1년 내로 좁히면 종잣돈 500만원 31.5%, 500만∼2천만원 21.8%로 영세업자의 비중이 더 커진다.
종잣돈 조달방법을 보면 본인 또는 가족이 마련한 돈(68.8%)의 비중이 가장 높았지만, 빌린 돈도 적지 않았다.
은행·보험회사·상호신용 금고는 31.5%, 친지 또는 동업자 자금 7.8%, 타인에게 빌림 5.0%, 정부보조 또는 지원 등 1.4% 순이었다.
그만큼 자영업에 뛰어든 이들이 자본 축적이 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사업 시작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 ‘사업자금 조달'(28.6%)을 가장 많이 꼽았다는 점은 이를 뒷받침한다.
이러한 조사 결과에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가 2년 전보다 1.3%p 늘어났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시대 자영업자의 영세성이 그만큼 더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자영업에 뛰어든 이의 절반 이상(57.4%)은 직전 직업이 임금근로자였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안정적인 월급을 받다가 실직하고서 재취업에 실패, 생계를 위해 자영업에 사실상 내몰렸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
응답자 중 88.9%는 사업 준비 기간이 1년 미만에 불과했다. 1∼3개월도 52.0%로 절반 이상이었다.
통계청 빈현준 고용통계과장은 “사업자금 규모 등 전반적인 조건이 악화한 것은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가 증가한 영향”이라며 “작년 조선업 구조조정으로 직업을 잃은 이들이 생업을 위해 자영업에 뛰어든 영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 사업 시작 동기 응답을 보면 ‘자신만의 사업을 직접 경영하고 싶어서’가 71.0%로 가장 높았고, ‘임금근로자로 취업이 어려워서’ 16.4%, ‘기타’ 12.5%가 뒤를 이었다.
문제는 자영업이 이미 포화 상태라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이다. 다른 자영업을 하다가 업종을 바꾼 경우를 분석한 결과가 그렇다.
업종 전환의 사유는 ‘수익이 더 나은 업종으로 바꾸기 위해서’가 36.8%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직전 사업이 부진하여'(27.0%), ‘직전 사업이 전망이 없어서'(17.0%) 등이었다. 벌이가 시원치 않았다는 의미다.
직전 사업 유지 기간은 5년 이상이 39.0%로 가장 많았다. 이어 2년 미만(32.2%), 2년 이상∼4년(28.8%) 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