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이 식후 먹어야 하는 약의 복약 기준을 ‘식후 30분’에서 ‘식사 직후’로 바꾼 가운데 일부 대학병원에서 복약 기준에 대한 환자들의 문의가 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7일 의료계에 따르면 모든 약을 식사 후 바로 먹으면 되는지, 그렇다면 지금까지 왜 식후 30분 복용을 권고해왔는지에 대한 환자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A 씨는 “서울대병원이 식사 직후로 복약 기준을 바꿨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왜 우리 병원에서는 해당 기준을 적용하지 않느냐는 문의가 수차례 있었다”며 “아직 서울대병원 외 다른 병원들은 이런 방침을 정하지 않아 환자들에게 답변하기가 상당히 난감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서울대병원이 권고한 것처럼 식후 먹어야 하는 약의 경우 식후 30분이 아닌 식사 직후 복용을 고려할 수는 있지만, 이 복약 기준이 아직 모든 의료기관에 일반화되지 않은 만큼 본인의 약을 처방해준 의사·약사의 지시를 따르는 게 바람직하다.
복약 기준을 식사 직후로 변경하면 환자의 복약 편의성은 높아지지만, 약 종류에 따라 용법·용량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일괄 기준 적용이 어려워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복약 기준은 크게 식전·식후·취침 전으로 구분되는데 음식물과 같이 섭취했을 때 약 효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대한 연구는 아직 부족한 상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복약 기준은 위 점막 보호처럼 환자의 소화기관 상태와 졸림 등 일상생활에 영향을 주는 정도에 따라 구분되고 있다.
서울대병원조차 식후 약 기준만 바꾸었을 뿐 식전·취침 전 약의 복약 기준은 그대로 두기로 했다.
특히 삼성서울병원·서울성모병원·서울아산병원·세브란스병원(가나다순) 등 서울 시내 주요 병원들은 서울대병원 복약 기준 변동에 따른 환자 반응을 지켜보고 있을 뿐 복약 기준 변경에 대한 논의조차 들어가지 않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현행 복약 기준이 크게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서울대병원 복약 기준을 따라갈 이유는 없다”고 전했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 역시 “서울대병원 복약 기준 변경 사실을 듣고 환자와 네티즌의 반응을 살펴보고 있지만, 복약 기준 변경에 대한 논의를 구체화하진 않고 있다”며 “약마다 다른 용법·용량을 반영해 적절한 처방을 내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대병원은 이번 복약 기준 변경이 환자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이미 서울대병원은 병원 인근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들에게 복약 기준 변경 사실을 통보하고, 이에 대한 적절한 처방을 내려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김연수 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외국에서도 식후 30분 복약 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있는 점을 고려했을 때 식사 직후로 변경해도 환자에게 무리가 될 사안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오히려 약 먹는 사실을 잊지 않고 제때 챙길 수 있으므로 복약 지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모 대학병원 교수는 “서울대병원이 복약기준을 변경하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면, 다른 병원들에도 제안하고 사전에 함께 논의하는 과정을 거쳤어야 했다”면서 “같은 약을 두고 서울대병원은 식사 직후 복용하라고 하고, 다른 병원은 식후 30분에 복용하라고 한다면 환자들은 당연히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