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시 음식의 전통을 잇다

– 동지 팥죽을 끓이는 노인들 – 동지는 팥죽을 먹는 날이다. 동지가 지나면 차츰 밤의 길이가 짧아지고 낮이 길어지기 때문에 이날을 태양이 다시 태어나는 날로 생각하고 경사스럽게 여겨 옛날 어른들은 동지를 '작은설'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민가에서는 팥으로 죽을 쑤고 찹쌀로 동그랗게 새알심을 빚어 넣은 팥죽을 끓여 먹기도 했으며 팥물을 집안의 곳곳에 뿌려 잡신을 쫓는 의식을 하기도 했다. 팥죽은 […]

– 동지 팥죽을 끓이는 노인들 –

오류동 경로당 회원들이 오늘은 동지라 하여 팥죽을
쑤어 회원들과 주민들이 나눠먹고 있다

동지는 팥죽을 먹는 날이다. 동지가 지나면 차츰 밤의 길이가 짧아지고 낮이 길어지기 때문에 이날을 태양이 다시 태어나는 날로 생각하고 경사스럽게 여겨 옛날 어른들은 동지를 '작은설'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민가에서는 팥으로 죽을 쑤고 찹쌀로 동그랗게 새알심을 빚어 넣은 팥죽을 끓여 먹기도 했으며 팥물을 집안의 곳곳에 뿌려 잡신을 쫓는 의식을 하기도 했다.

팥죽은 세시 음식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음식인데 세월 따라 세시 음식도 점점 사라져가고 있어 일반 가정에서는 동지가 언제인지도 모르고 지나가기에 십상이다.

동짓날에는 팥죽으로 귀신을 쫓아낸다는 강한 의미가 담겨 있어서, 어르신들은 아직도 동지를 그냥 넘기면 안 된다는 믿음이 있으므로 매년 동지 팥죽을 끓여 나눠 먹는 동네가 있다. 구로구 오류동 삼천리 경로당이 그 예이다.

경로당 회원들은 세시 음식을 해 먹는 아름다운 풍속이 사라져가는 것이 아쉽다 하여 노인들이 경로당에 모여 여럿이 힘을 합쳐 새알심을 만들고 팥죽을 끓여 주민들이 나눠 먹으며 일 년의 건강을 비는 마음으로 행한다고 했다.

옛 어른들은 새알 하나에 나이 한 살을 더 먹는다고 하여 새알심을 많이 먹지 못하게 하던 때도 있었다며 옛날이야기를 나누면서 즐겁게 팥을 삶고 둘러앉아 찹쌀 경단을 만드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이 어르신들이 다 돌아기시면 누가 이 아름다운 풍속을 이어 갈 것인가를 생각게 하는 장면들이었다.

회원들이 모두 모여 정성껏 새알심을 빚고있다.

사실 동지 팥죽은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다. 장시간 팥을 삶고 걸러서 만드는 과정이 여간 힘든 것이 아닌데 요즘은 식구들이 많지 않으니까 힘들여 끓여놓으면 먹을 사람이 없어서 들인 공이 아깝다고들 잘 해먹지 않는 음식이 되었다.

동지팥죽은 겨울에 움츠렸던 태양의 기운이 부활하도록 하는 상징적 의식과 따뜻한 봄의 기운을 불러들이며 해맞이를 하는 뜻을 가진 음식이라 했다.

붉은색의 마력을 믿는 우리 조상들은 집안에 아기가 탄생하면 붉은 고추를 새끼줄에 끼어 대문에 달고 가을 추수가 끝나면 집안을 맑히는 안댁(安宅)에도 붉은 팥 시루떡으로 고사를 지내기도 했으며, 아이들 생일에는 붉은 수수 팥떡을 해주었다. 그리고 어른들의 생일 밥에도 붉은 팥을 넣어 먹는 풍속은 지금도 지키며 사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옛날부터 팥의 붉은 색은 태양을 의미하며 희망과 부활의 상징이라 해서 서양에서도 산타 할아버지의 의상이 붉은 것도 같은 의미라 했다. 그러고 보면 사람이 살아가는 풍속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신을 믿는 정신세계는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삼천리 경로당의 윤영옥 회장은 우리가 해마다 이런 번거로운 일을 하는 것은 동지의 세시 풍속이 오래도록 이어졌으면 하는 마음이라 했고, 총무 권정숙 씨는 우리가 더 늙어 기운이 쇠할 때까지 우리 경로당은 팥죽을 끓일 것이니 해마다 동지에는 우리 경로당으로 팥죽 먹으러 오라고 해서 웃었는데, 무엇보다도 봉사 정신이 투철한 총무님이 매년 앞장서서 이 일을 한다고 회원들은 하나같이 충무님의 봉사 정신을 칭찬했다.

실버넷뉴스 정숙자 기자 jsj5989@silver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