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찬 유럽 女지도자들 버팀목된 ‘그림자’ 남편들

여성시대 남편들의 내조
여성 최고 정치지도자의 남편을 뜻하는 퍼스트젠틀맨이 우리에게도 아예 낯선 외래어가 아닌 시대가 됐는데요.

유럽 각국의 여성 지도자들의 옆에는 대중의 주목은 없어도 묵묵히 아내의 곁에서 후원하는 그림자 남편들이 있습니다.
임혜준 기자가 소개합니다.

[기자]
반이민 정서의 확산에도 불구, 뚝심의 리더십을 보이며 오는 9월 다시 연임을 노리는 독일의 여걸 앙겔라 메르켈 총리.

또 최근 총선 패배와 아파트 화재로 스타일을 구겼지만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를 잇는 영국의 대표 여성 정치인인 테리사 메이 총리.

이들에겐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조용한 외조를 해온 남편을 갖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양자화학계에선 석학으로 잘 알려진 메르켈의 남편 요아힘, 공식 행사엔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발언도 없습니다.

부부 휴가를 갈 때도 홀로 정부 전용기 대신 저가항공을 고집하는 등 조용한 처신 때문에 그의 직업을 빗대 “보이지 않는 분자”라는 별칭을 얻었습니다.

메르켈 총리가 인터뷰에서 “가끔 같이 있는 걸 잊어버린다”고 토로했을 정도입니다.

투자은행 임원인 메이 총리의 남편 필립도 대중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인물.

하지만 전문성을 살려 총리에게 여러 경제적 조언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를 두고 파이낸셜타임즈는 필립을 “메이의 비밀무기”라고 칭했습니다.

지난 6월 총선에서의 참패 소식을 제일 먼저 메이 총리에게 알려준 사람도 그입니다.

메이 총리 스스로 밝혔듯, 충격적 패배에 눈물을 흘리는 그를 말없이 안으며 위로해준 일화가 알려지며 잔잔한 반향을 불렀습니다.

이들 외에도 유럽에서는 금주 고령으로 공식 활동을 접는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남편 필립공의 외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또 동성애자인 자이에르 베텔 룩셈부르크 총리의 배우자인 건축가 고티에 데스테네이는 눈길을 끄는 배우자입니다.

연합뉴스TV 임혜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