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 아우라지서 국내 첫 ‘방 51개’ 벌집유적

청동기 무덤일까? 국내 첫 발견…”조성 시기·용도 특정할 수 없어”
지난해 최소 3천년 전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남한 최고(最古)의 청동 유물이 발견된 정선 아우라지 유적에서 돌을 쌓아올려 만든 벌집 모양의 유구(遺構, 건물의 자취)가 국내 최초로 확인됐다.

문화재청은 정선군과 강원문화재연구소가 정선군 여량면 여량리 191번지 일원에서 발굴조사를 진행해 크고 작은 방 51개로 구성된 적석(積石, 돌무지) 유구를 찾아냈다고 10일 밝혔다.

아우라지 유적에서 나온 벌집 모양 유구. [문화재청 제공]
 
이 유구에서는 한성 도읍기 백제의 단경호(短頸壺, 짧은 목 항아리)와 토기 조각, 신라 굽다리접시 3점, 청자와 백자, 상평통보, 돼지와 말의 뼈 등이 출토됐다.

최종모 강원문화재연구소 실장은 “방과 방 사이의 돌벽은 높이가 최고 1m 50㎝에 달하며, 방 하나의 크기는 지방에서 확인되는 신라 무덤 내부보다 약간 더 크다”며 “백제 단경호를 기준으로 하면 4∼5세기에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으나, 국내에 유사한 유적이 없어 조성 시기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우라지 벌집 모양 유구는 중국 랴오둥(遼東) 반도에 있는 청동기시대 다곽식 적석총(積石塚, 돌무지무덤)과 형태가 유사하다. 그러나 아우라지 유구에서는 청동기 유물이 나오지 않았다.

이에 대해 최병현 숭실대 명예교수는 “난해한 유적”이라며 “청동기 유물이 출토됐다면 다곽식 적석총으로 볼 수도 있으나, 지금으로서는 용도를 명확하게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아우라지 유적에서 나온 벌집 모양 유구. [문화재청 제공]
 
강원문화재연구소는 작년 3월부터 아우라지 유적을 발굴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신석기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는 집터와 고분 유구 160여 기를 찾아냈다. 그중 1기는 신석기시대 주거지, 62기는 청동기시대 주거지 유적으로 파악됐다.

아우라지 유적은 정선군이 애초 관광단지 건설을 추진했던 곳으로, 2006년 남한강 수계에서는 최초로 신석기시대 주거 유적이 확인됐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psh59@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7/05/10 10:13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