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당신이 일제 시대인 1927년에 한국에 사는 사람이었다면 평균 수명은 33.7세(경성의학전문학교 조사결과)였다. 2015년 현재의 평균 수명은 82.1세다. 88년이 지난 시점에서 수명이 2.4배가 되면서 48.4세나 늘어났다.
1960년대에도 평균 수명은 60세를 넘지 못했다. 1960년대 초기에는 52세였고, 말기에는 58세였다. 그러니 만60세가 되면 장수의 축복을 받았다고 환갑잔치를 시끌벅적하게 치렀다. 요즘엔 주변에서 환갑잔치를 여는 사람을 보지 못한다.
1900년 미국인의 평균수명은 47세였다. 2010년에는 78.8세로 31.8세 늘어났다.
이런 추세라면 전 세계적으로 100세 장수시대가 머지 않은 미래에 현실로 닥칠 것이다. 유엔 인구국은 21세기 중반 60세 이상 인구수가 14세 미만 인구수를 초과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인류역사에서 고령화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지속적인 상수(常數)가 된 시대에 우리는 살게 된 것이다.
불행한 현실은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처분 소득을 기준으로 한 노인빈곤율은 2015년 44.7%로 집계됐다. OECD 국가들의 노인빈곤율 평균 11.4%에 비해 4배나 된다. 자살률도 OECD 국가들 가운데 가장 높다.
65세 이상의 노인들이 연금을 받는 비율도 40.4%에 불과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민연금 수급률이 36.4%로 가장 높고, 공무원연금 3.5%, 사학연금 0.5%였다. 그나마 60세가 넘어 받는 국민연금인 노령연금을 받는 사람들의 월평균 수령액은 35만원에 불과하다. 공적연금을 모두 합쳐도 10명중 4명만 연금을 받는 데다 국민연금의 평균수령액이 생계비에 턱없이 못 미치니 노인들이 미래가 암울하기 짝이 없다.
고령화의 문제점은 한국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전세계적으로 현재 진행형이다.
그러나 인류는 고비 때마다 위기나 재앙을 극복하고 오늘에 이르렀다. 원시시대에는 호랑이, 사자 등 맹수가 인류의 무서운 적이었지만 인간은 도구를 만들어내고 불을 발견해 이들을 물리쳤다. 그것 뿐인가. 인간은 야생 동물을 길들여 목축을 하고, 식물을 길들여 농경을 하는 등 식량의 공급을 확대해 크게 늘어난 인구를 먹여 살리는 등 생존의 위기를 극복했다.
머지않아 60세 이상의 노인 인구가 14세 미만 인구수를 추월할 정도로 인류의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지만 장수가 축복으로 바뀔 수 있도록 노력하는 사람들과 기관들도 세계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장수는 경제 발전으로 인한 충분한 영양 섭취와 의약의 발달 덕분이다. 미국의 ‘건강과 미래 연합’이라는 단체의 로버트 버틀러 박사는 오늘날 60세의 여성은 1960년대의 40세에 해당하고 80세의 남성은 1975년의 60세와 비슷한 상태라고 설명한다. 오늘날 노인들은 과거 어느 때보다 건강하다.
워런 버핏은 87세의 나이에도 전설적 투자자로서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이 4년 전 75세의 나이로 중재에 나선다고 했을 때 세상 사람들은 안도했다. 젊은 학자들은 60대나 70대의 노 교수들과 함께 연구하기를 원하다.
왜 그럴까? 경험과 지식이 더 많기 때문이다. 젊은 사람이 나이든 사람보다 빨리 배우지만 지식의 양은 나이든 사람이 더 많다. 새로운 정보를 처리하는 속도나 효율성은 떨어지더라도 치매만 발생하지 않는다면 지식은 계속해서 쌓인다.
노인의 경우 가장 크게 악화되는 것은 기억력이다. 만약 당신이 노인이라면 정확한 단어나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 곤란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반가운 소식도 있다. 컴퓨터를 사용하거나 자전거, 롤러 보드, 스케이트를 타는 데 필요한 기억력은 감퇴하지 않는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자동 처리’ 업무, 다시 말해 몸에 밴 업무를 관장하는 절차기억은 기억력 감퇴에서 예외이다. 미국의 ‘타임’ 지는 나이가 들수록 창의력이 높아진다는 기사를 싣기도 했다.
장수는 우리가 대처하기에 따라 축복이 될 수 있다. 고령 사회가 오면 생산성과 혁신성이 떨어진다고 공언하기보다 나이 든 노동 인력과 자원봉사 인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창의적인 방법을 찾는 게 우선이다. 소득을 위해서든, 성취감을 위해서든, 일하거나 봉사하며 사는 삶이 노년층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이다.
노인들이 건강수명을 늘리면서 일하거나, 여가와 여유를 즐기며 살아갈 수 있도록 노인 자신들과 사회가 함께 노력하면 우리 세대와 후손들이 맞이할 장수 사회는 축복으로 바뀔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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