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에 사는 50대 남성 A씨는 최근 지인들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떴다는 잇단 부음을 접하고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고인들이 70~80대로 나이가 많은 편이긴 했지만, 건강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을 뿐 아니라 청장년처럼 활발하게 활동했던 터라 갑작스럽게 삶을 마감할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못 했기 때문이다.
부음을 전달하는 유족이나 빈소를 찾은 조문객들 역시 황망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봄의 문턱에 들어서면서 자연스럽게 야외활동이 많아지는 환절기가 자칫하면 우리 몸에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겨울철에는 따뜻한 옷이나 목도리, 모자를 잘 갖춰 입기 마련이지만 한낮의 온도가 10도 안팎까지 오르는 환절기에는 자신도 모르게 추위에 방심하게 된다.
실제 일교차의 위험성은 최근 여러 연구결과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김호 교수팀은 2008~2011년 사이 서울에서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부정맥 증상 때문에 응급실을 찾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일교차와 상관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일교차가 1℃ 커질 때마다 부정맥의 위험 역시 비례해 상승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렇다면 일교차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곳은 어디일까. 바로 심장이다.
심장의 혈관인 심혈관은 외부 기온이 갑작스럽게 낮아지면 과도하게 수축하면서 상태가 불안정해진다. 심장의 활동을 조절하는 신경계의 균형도 기온 변화에 따라 자주 일그러진 데다 과도하게 심장이 수축하게 되면 심정지나 심장마비가 오면서 돌연사로 이어질 수 있다.
19일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119 구급대를 통해 심근경색이나 외상으로 인해 발생한 심정지 환자를 이송한 건수는 2015년보다 0.3% 증가한 2만9천817건이었다.
환절기인 2월(2천769건)과 3월(2천641건)은 월평균 환자 이송 건수인 2천484건보다 6∼11%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담배나 술, 잘못된 음식습관 등으로 혈관이 막히거나 좁아지는 심혈관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이나 중장년층 환자들에게는 특히 환절기 일교차가 크나큰 독(毒)이 될 수 있다.
대표적인 심혈관질환인 심근(심장근육)경색은 심장에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여러 원인에 의해 막히면서 심근에 괴사(썩음)가 일어나는 질환이다.
심장에 문제를 일으키는 고혈압, 고지혈증 등 심혈관질환이 동반하면 돌연사로 이어지기에 십상이다. 흔히들 평상시 별다른 자각이 없다가 돌연 죽음에 이른다고 해서 ‘침묵의 살인자’라고도 불린다.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2015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망 원인 중 심혈관질환은 악성 신생물(암)에 이어서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혈관질환으로 사망한 사람이 지난해에만 2만8천326명이었다. 인구 10만 명당 사망률도 2005년 39.3명에서 10년 만에 55.6명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충북대 병원 이주희 심장내과 교수는 “낮에 괜찮다고 밤이나 아침에 가벼운 옷차림으로 나서는 분들이 계시는 데 갑자기 추위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히 기존에 고혈압이나 고지혈증 등 심혈관질환으로 치료한 분들은 체온이 갑작스럽게 낮아지는 데 대비해 외출할 때에는 보온이 잘되는 옷을 꼭 준비하는 것이 좋다”며 “징후가 있으면 지체 없이 병원을 찾아 진단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전국종합=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vodcast@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7/02/19 12:07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