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살배기 재희와 함께 하는 블록쌓기 놀이는 이제 일상이 됐습니다.
책을 읽어주기도 하고 오후에는 마트에 가서 함께 장도 봅니다.
1년의 육아휴직이 이번달로 끝난 고현전 씨는 어려움도 많았지만 아쉬움은 없었던 시간이었다고 합니다.
<고현전 / A대기업 남성육아휴직자> “육아휴직을 하면서 (아이랑) 친밀감을 쌓는 데 도움이 많이 됐고. 제가 육아를 하다보니깐 아내가 육아했을 때 느꼈던 고충을 이해하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아요. 사회가 아빠가 육아를 하고 육아휴직을 하는 것에 대한 공감대가 많이 올라왔으면 좋겠고…”
고씨같은 남성육아 휴직자는 해마다 늘어 지난해 처음 1만명을 넘었습니다.
하지만 비중을 보면 8명 중 1명꼴에 불과합니다.
그나마도 기업규모가 작을수록 육아휴직률은 더 떨어집니다.
회사에 묶여 육아에 적극 나서지 못하는 남성이 여전히 많다는 겁니다.
이곳은 주방놀이부터 정글짐까지 아이들이 다양한 놀이를 할 수 있는 서울의 한 키즈카페입니다.
남성육아휴직자가 늘었다지만 아빠와 같이 온 아이를 찾긴 어려웠습니다.
조직 눈치를 보는 건 물론 경제적 부담도 만만치 않다는 게 육아휴직을 망설이는 이유였습니다.
<직장인 / 육아휴직 사용 희망자> “제가 육아휴직을 쓰게 되면 제 자리가 비게 되고 업무 차질이나 문제들이 조직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눈치를 보게 됩니다. (또) 현재 급여만큼 받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 경제적 어려움이…”
육아를 남녀가 반반씩 부담하는 문화를 만드려면 먼저 육아휴직을 쓸 때 회사 눈치 볼 필요 없는 조직 구조를 만드는 게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정재훈 /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기업이) 가족친화적 경영을 해야만 그 직원이 오래 있고 그러다 보면 숙련이 되고 노동생산성이 높아져서 기업이 살아난단 말이에요. 기업이 그렇게 변하도록 비판도 없고 정부의 정책도 지원도 없는 거에요.”
정부는 올해 7월부터 부모가 순차적으로 육아휴직을 할 때 두 번째 육아휴직자의 첫 3개월 휴직급여 상한액을 50만원 더 늘리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석 달동안 150만원을 더 받는 게 궁극적으로 출산율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지는 미지수입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시간 단축 정책이 모든 기업에 제대로 자리를 잡아야하고, 육아휴직 기간 확 줄어드는 급여 문제도 개선돼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