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꿈꾸는 화계사(華溪寺) 길손들

은혜받고 싶으면 먼저 베풀어야
울 강북구 주택에 고즈넉이 자리 잡은 화계사(華溪寺) 경내에는 겨울 날씨를 의식하지 않는 듯 삼삼오오 길섶에 앉아있는 사람, 사찰 경내를 걷는 사람, 또 여기저기 각자 목적하는 곳에서 기도하는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화계사의 안내표지판에‘조선 시대 불교 억압을 견뎌내고 삼각산 한 자락에 창설된 꿈 꾸는 화계사는 1522년(중종 17)에신월선사(信月禪師)가창건한 절’이라 새겨져 있었다. 현재 화계사는 백운대, 만경대, 인수봉이 위치한 […]
특별한 행사 날도 아니지만, 매일 9시30분이면 참선정진의 기도를 하고 있다

울 강북구 주택에 고즈넉이 자리 잡은 화계사(華溪寺) 경내에는 겨울 날씨를 의식하지 않는 듯 삼삼오오 길섶에 앉아있는 사람, 사찰 경내를 걷는 사람, 또 여기저기 각자 목적하는 곳에서 기도하는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화계사의 안내표지판에‘조선 시대 불교 억압을 견뎌내고 삼각산 한 자락에 창설된 꿈 꾸는 화계사는 1522년(중종 17)에신월선사(信月禪師)가창건한 절’이라 새겨져 있었다.

현재 화계사는 백운대, 만경대, 인수봉이 위치한 삼각산에 대한불교조계종 직할 교구에 속해있었다. 산수가 수려하고 산기슭의 울창한 숲에 둘러싸여 시내의 번잡함을 잊게 하는 고요함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기도 했다.

동종이 안장되어있는 범종각 앞에서 창윤 스님이 출가에 대해 설명 하고 있다.

1988년 서울시 전통사찰 8-1호로 지정된 화계사에는 흥선대원군이 친필로 새긴 현판과 각종 글씨 등을 경내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웅전 앞마당의 큰 건물 보화루에서 대웅전을 바라보면 석가모니 부처님이 보이는데 이 건물 현판도 석파 홍선대원군의 예서체로 쓴 ‘華溪寺’현판을 눈여겨 볼 수 있었다.
동종이 안장되어있는 범종각 앞에서 창윤 스님이 출가에 대해 설명 하고 있다.

특히, 2000년 2월 보물로 가치를 인정받은 제11-5호인 ‘동종’은 범종각 안에 잘 보관되어 있다. 게시판에는 쓰인 동종과 범종(대종) 그리고 법고(북)에 대한 설명을 읽을 수 있었다.

범종은 지옥에 있는 중생을 위해 치고, 법고(큰북)는 가축과 짐승들을 위해 두드린다고 했다.

1월 7일 오후 마침, 점심 공양을 마치고 나온 창윤스님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 스님께서는 언제부터 속세를 떠나 이곳 화계사로 오셨으며. 많은 사찰 중 왜 이곳을 선택하셨는지요.
“수덕사에서 6년 동안 수양하고 이곳에 온 지는 오래되지 않았어요. 중이 되고자 찾아가려면 절을 보고 가야합니다. 집에 대한 개념으로 인간관계를 보고 스님을 찾아가면 출가한 집으로 의미가 있습니다. 그래서 수덕사는 항상 내 집으로 마음속에 있어요.”
홍선대원군이 쓴 친필 보화루 현판 ‘화계사’ 앞에서 젊은 길손 커플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홍선대원군이 쓴 친필 보화루 현판 ‘화계사’ 앞에서 젊은 길손 커플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기도를 열심히 하는 불자들을 위해 한 말씀 해 주세요.
“조상이나 주변에 억울하게 가신 분이 많아 일이 잘 안되고 남을 유별나게 미워하고 증오하고 있거나 원수 악연이 많아 고생한다면 지장 기도를 하시기 바랍니다.깨닫고 싶다면 석가모니불, 극락 가고 싶다면 아미타불을 기도하시면 좋습니다.

– 어려움이 닥쳤을 때 노력과 기도 중 무엇을 먼저 해야 하나요.
“무조건 기도만 한다고 해서 능사가 아닙니다. 일단 내 힘으로 해본 뒤에 그래도 이루어지지 않아 힘들다면, 그땐 기도하면서 실제적인 노력을 해보면서 하는 것이 기도입니다. 사찰은 뭐든 물어보면서 행하는 곳입니다.”

스님과 인터뷰가 끝나고 대웅전 앞에서 ‘소원성취기도문’을 쓰고 있던 조만규(83) 심정섭(82·여) 씨 부부를 만났다.

– 기도문을 자주 쓰시나요.
“화계사에만 8년째입니다. 열심히 기도하면 복이 옵니다. 불자님도 기도하세요. 손녀들만 있고 손자가 없어서 고민이었는데, 부처님께 매달려 손자를 봤습니다. 우리 손자가 얼마나 똑똑한지 모릅니다.”

– 심정섭 씨는 이름이 남자 같습니다. 이름에도 무슨 사연이 있는지요.
“네, 우리 부모님께서도 아들이 없어서 제 이름을 정섭이라 부르고 열심히 기도했더니 제 남동생이 태어났답니다.”
서울 노원구에서 온 이호진(71) 씨가 유난히 굵은 목주를 들고 주문을 외우고 있다.
– 유난히 큰 목주를 가지고 촛불과 향을 피우며 절을 열심히 하시는 이호진(71) 씨의 사연을 말씀해 주세요.
“매일 기도하면 부처님이 빛으로 보입니다. 나에게 광명을 주십사! 하고 3년 동안 3천 배를 마치고 목숨을 걸었어요.

죽이든지 살려주든지 부처님이 알아서 해달라고 모든 걸 믿고 맡겨 버렸어요.”

– 몸 어디가 불편하신가요.
“네 매우 아픕니다. 심장이 좋질 않아서 호흡하기도 곤란한데 이렇게 기도할 때면 마음과 몸이 편합니다.

그래서 밥만 먹고 나면 이곳에 와서 온종일 경내를 산책하며 지내다 저녁이면 돌아갑니다.”

휴일의 오후로 여기저기 다정히 손잡은 젊은 연인들과 불자들의 길손이 함께 어우러져 사찰 마당을 수놓았다.
실버넷뉴스 문지영 기자 mun99056@silvernetnews.com
실버넷뉴스 장흥섭 기자 jangin@silver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