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비자를 발급받아 경남 밀양의 한 깻잎 농장에서 일한 캄보디아 국적 노동자 쓰레이텅 씨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한 달 내내 일한 적도 많았지만 월급으로 110만~130만 원 가량을 손에 쥐었는데요.한 달에 20만∼30만 원씩 주거비도 부담했습니다. 악취가 진동하는 화장실을 쓰고 온수도 나오지 않는 비닐하우스 안 조립식 창고나 컨테이너에서 새우잠을 자야 했는데도 말입니다.
“사장님과 약속한 근로시간보다 훨씬 더 오래 일했는데 일한 만큼 돈을 주지도 않았고 임금도 체불했다”
지옥 같은 생활을 더는 견딜 수 없었던 쓰레이텅 씨는 동료들과 함께 지난해 외국인노동자 인권단체를 찾아가 어려움을 털어놨습니다.
그런데 다른 농업이주노동자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근로자들은 지난해 6월 무휴일 노동, 야근, 열악한 주거 공간 등 노동환경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죠.
“농업이 3D 업종이다 보니 농촌에서 일손을 구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 괴산군 한 관계자.
고령화로 일손이 점점 부족해지는 게 오늘날 농촌의 현실입니다. 따라서 외국인을 고용하는 농장주들이 늘고 있는데요. 현재 농업에 종사하는 외국인 근로자는 2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국내 농축산업에 종사하는 외국인 근로자 수(2018년 3월 18일) 2만2천300여 명. 자료/고용노동부
하지만 근로자들의 인권은 보장되고 있지 않습니다. 외국인이 농촌에서 합법적으로 일하도록 마련된 현행 제도가 노동자들을 충분히 보호하지 못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죠.
외국인 근로자 농촌 고용 제도
고용허가제
계절 근로자 제도
고용허가제의 경우 입국 후 3년간 일할 수 있습니다. 장기간 체류하는 동안 차별, 임금 체불 등에 노출되지만, 이주 노동자가 사업장을 옮길 수 있는 기회는 단 3번뿐인데요.
마음대로 직장을 바꿀 수 없는 점을 악용해 고용주가 착취를 일삼아도 어찌할 도리가 없습니다. 유엔 인종차별 철폐위원회도 이를 문제 삼아 고용허가제 개정을 권고한 바 있죠.
계절 근로제는 체류 기간이 3개월 이내로 비교적 짧지만, 여전히 열악한 환경에 놓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외국인 근로자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부족하다. 인권침해를 당하지는 않는지, 산재보험에 가입했는지 등 구체적인 생활상에 대한 모니터링도 부족하다” 이주와 인권연구소 이한숙 소장
일각에서는 농촌 지역이 도시에 비해 사전 대비 과정이 부족해 각종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합니다.
“농촌은 전혀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외국인 근로자가 유입되고 있어 사실은 도시의 산업 현장보다 훨씬 문제의 소지가 크다” 경기도 남양주시 외국인복지센터 장동만 사무국장
농촌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법도 전무하죠. 근로기준법에는 농축산업 종사자의 근로시간, 휴게, 휴일에 관한 규정이 없어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농업도 기계화·합리화·조직화 돼 가는 추세를 고려해 보완 입법이 필요하다” 조형래 변호사 2017 ‘농업이주노동자의 노동인권 보장을 위한 심포지엄’ 中
일손을 덜어주고 농촌 경제에 기여하지만, 그들에게 돌아온 것은 저임금, 고강도의 노동 착취였죠. 사람답게 살 권리, 농업이주노동자에게도 보장돼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