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저랑 같이 ‘먹방’ 찍어요유튜브에 등장한 노인들
“지금 선량한 시민을 죽이는 거야!”
“속이는 기분이 만만치 않네”
영상 속 사람들이 ‘마피아 게임’을 하고 있습니다. 보통 학교 엠티나 여행에서 하는 이 게임을 즐기고 있는 이들은 다름 아닌 70대 할머니들입니다.
영상의 주인공은 38만명의 구독자를 가진 인기 유튜브 크리에이터 박막례 씨. 작년 손녀와 호주 여행을 다녀온 것을 시작으로 약 90개의 영상을 올렸죠.
박막례 씨의 손녀는 할머니의 일상과 유튜브 콘텐츠를 엮어 ‘계 모임 갈 때 하는 메이크업’, ‘손주 귀 파주기 ASMR’ 등을 찍어 올렸습니다. 할머니의 거친 입담과 따뜻한 마음으로 젊은이들의 인기를 얻었죠.
젊은 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인터넷 콘텐츠에, 최근 노인들이 문화 생활을 즐기는 주체적인 모습으로 등장하며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작년 공대생 변승주 씨도 국내 최초로 대가족 유튜브 채널을 시작했습니다. 특히 외할머니인 이경자 씨의 인형 뽑기, 소개팅 앱 체험하기 등이 눈에 띕니다. 인기 영상은 조회수가 223만회에 육박하죠.
“할머니 유튜버는 처음인데 귀여우시다”
“우리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생각이 나네요”
할머니들의 매력과 색다른 콘텐츠에 사람들의 반응은 긍정적입니다. 할머니에게 좋은 추억을 남기고, 치매를 방지하고 싶어 시작했다는 손주들을 향한 격려의 목소리도 있죠.
문화 활동을 활발하게 즐기는 노인을 가리켜 ‘액티브 시니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데요. 이들은 문화 활동을 통해 고립되지 않고 사회와의 관계망을 유지함으로써 삶의 만족도도 높습니다.(출처/ 2016 서울시민 문화향유 실태조사)
실제로 60대 이상의 노인 중 문화 분야 뉴스를 구독하고, 미술관에 관심을 두는 등 문화 생활을 즐기는 집단의 삶의 만족도 지수는 그렇지 않은 시민보다 훨씬 높았죠.
서울 노인복지센터 관계자는 노인들이 주체적으로 활동하는 문화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노인이 직접 명절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하고 있으며, <서울노인영화제>에 참여해 자신의 삶과 목소리를 표현하는 노인 감독도 많다”
물론 모두가 문화 생활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경제적 여건이나 건강상의 문제, 동반자의 부재 때문에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는 기반이 취약한 이들도 있죠.
“노인 대상의 문화 프로그램은 무료지만 대부분 생업을 유지하느라 여유가 없거나, 농어촌 지역 거주자라 접근성이 떨어집니다” -한국노인복지중앙회 김호중 본부장
이미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일본은 노인의 주체적인 움직임이 증가하고 있는데요. 젊은 층이 노년을 함께 고민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80세 작가의 일상을 담은 만화 <팔순 마리코>의 인기가 이를 반영하죠.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작년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전체의 14%입니다. 고령사회로 진입한 것이죠. 노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가 정책도 필요하겠지만, 우리도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일원으로서 함께 고민해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