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금 명인’ 황병기 선생이 8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유족은 “황 선생이 작년 12월 뇌졸중 치료를 받았는데 합병증으로 페렴을 앓다가 돌아가셨다”고 말했습니다.
고인은 창작 가야금의 창시자로 현대 국악 영역을 넓히는데 크게 기여한 인물입니다.
황 선생은 중학교 3학년 때 친구의 권유로 가야금과 첫 인연을 맺었습니다.
국립국악원에서 다수 명인들에게 수학했으며 고등학교 재학 중에 전국 국악 콩쿠르에서 최우수상을 받을 정도로 일찍이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당시 국악으로 생계를 꾸리는 것은 쉽지 않았기에 서울대 법학과에 입학했지만 졸업한 뒤에는 국악과에서 교수생활을 해왔습니다.
황 선생은 연주활동도 활발하게 펼쳤습니다.
국립국악원의 첫 해외 공연인 일본에서 가야금 독주자로 나섰고, 뉴욕 카네기 홀에서 가야금 독주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또 1990년 북측의 공식 초청으로 평양에서 가야금을 연주해 민간 차원 첫 예술교류로 북한을 방문한 한국인으로도 유명합니다.
황 명인은 장르와 세대를 불문하고 예술가들과 활발히 교류하며 현대 국악의 영역을 넓힌 것으로 인정받습니다.
특히 가야금을 첼로 활과 술대 등으로 두드려 연주한 대표곡 ‘미궁’은 사람의 웃음소리와 울음소리를 절묘하게 표현해 관객이 무섭다는 이유로 공연장을 나가는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일생을 가야금에 바쳤던 황 명인의 빈소는 서울 아산병원에 마련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