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갈등은 어느 집에나 있다. 예전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개인의 성향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다.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성격이 서로 보완적이고 잘 맞으면 고부갈등이 봉합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아들의 사랑을 독차지 하려는 시어머니와 남편의 사랑을 독차지하려는 아내의 본능적 감정은 항상 존재한다.
더구나 현대에는 한 자녀 가정에서 자라난 아이들의 자존감이 성장해서도 고부갈등을 더 어렵게 하는 경우가 있다. 또 최근의 여성들은 결혼 생활보다도 사회에 진출하여 자아실현을 해 보고 싶어 한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처럼 임신하는 바람에 결혼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물론 고부갈등 문제를 슬기롭게 넘어가는 가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어려서부터의 가정교육과 주위 사람들의 편향되지 않은 건전한 충고가 중요하다.
이 영화는 20~30대의 여성들과 며느리를 둔 노인층의 관심을 끈다. 그래서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2017), 제10회 서울노인영화제(2017) 등 각종 영화제에서 초청하고 있다.
37세의 선호빈 감독이 자신의 가정사 이야기를 다큐(documentary)로 만들었다. 자기 아내와 어머니의 고부갈등이 너무 심하여 정말 괴롭다. 이런 속사정을 주위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면 상당히 재미있어한다. 그래서 자신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는 직업의식이 발동한다.
지난 17일에 개봉한 일반 개봉관에는 아직 관객이 적다. 일상에 찌든 사람들이 머리를 식히려고 극장에 갔다가 또다시 골치 아픈 이야기에 휩싸이고 싶지 않아서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선호빈 감독은 지지고 볶는 일상사(日常事) 자체가 아름다울 수도 있고 삶의 기쁨일 수도 있다는 것을 영상으로 보여주는 재주가 있다. 이 영화는 아주 사소한 곳에서 해피하게 끝난다.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에도 공통의 관심사가 존재한다. 시어머니의 아들과 손자, 며느리의 남편과 아들은 그들이 본능적으로 사랑해야 할 공통분모이기 때문이다.
김진홍 기자 yacho44@silvernettv.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