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상당구의 한 보리밥집 주인은 식당을 찾는 손님들에게 금싸라기처럼 오른 채솟값을 장황하게 설명하며 양해를 구한 뒤 민망한 듯 이 식당의 별미로 꼽히던 겉절이 대용으로 갓 담근 깍두기를 슬그머니 밀어놓고 간다.
배추 1포기 값이 7천원대에 달하면서 겉절이를 담그는 게 사치가 돼 버렸다.
이 식당 주인은 “10포기를 사도 배추가 시원찮아 겉절이가 예전의 반 밖에 나오지 않으니 식탁에 올릴 수 없는 처지”라며 “무 가격도 오르긴 했지만 가격 면에서 조금 저렴하기 때문에 깍두기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삼겹살 식당에서는 상추가 사라졌다. 가격이 한 달 전에 비해 배 이상 오르긴 했지만 그나마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깻잎이 상추 대용품으로 오른다.
식탁에서 사라진 겉절이[연합뉴스 자료사진]
장마에 이어 40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작황이 나빠진 채소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노랗게 꽉 차 있어야 할 배추가 물러터져 시퍼런 이파리를 뜯어내고 나면 손에 남는 건 얼마 되지 않는다. 이런 데도 배춧값은 한 달 전보다 배 가까이 올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1개월 전 평균 3천215원 하던 배추 1포기 값은 14일 기준 70% 오른 5천450원이다.
그러나 제대로 된 배추를 사려면 이 돈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게 주부들의 푸념이다. 대형마트에서는 배추 1포기가 7천300원에 팔리고, 농수산물 시장에 가도 배추 3포기를 담은 망 1개에 2만원은 줘야 한다.
통계상 70% 오른 것이지 주부나 식당 주인들이 사는 실제 배춧값은 한 달새 127%나 오른 셈이다.
가격이 오른 채소는 배추뿐만이 아니다.
한 달 전 평균 2천477원 하던 양배추는 포기당 71% 오른 4천226원에 거래되고 있고, 밑반찬으로 식탁에 자주 어르던 시금치는 1㎏당 평균 5천948원에서 1만3천168원으로 121%나 인상됐다.
열무는 1㎏당 평균 2천38원에서 4천69원으로 99.7% 올랐고 무 1개는 1천796원에서 2천817원으로 56.8%, 미나리 1㎏은 평균 3천478에서 5천351원으로 53.9%나 껑충 뛰었다.
대파 1㎏은 한 달 전 2천449원에서 33.7% 오른 3천275원, 애호박 1개는 1천352원에서 32.6% 인상된 1천793원에 거래되고 있다.
풋고추는 100g당 17.5% 오른 1천176원, 깻잎은 100g당 14.9% 오른 1천749원, 오이는 22.8% 인상된 9천743원에 팔리고 있다.
배추 김치를 담그려던 주부들도 껑충 뛴 채솟값에 놀라 10㎏에 2만7천원가량 하는 포장용 포기 김치 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채소 가격이 오르기 전에 생산된 것이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경우가 있어서다.
청주 흥덕구의 한 국밥집 주인은 “기본 찬이 바뀌면 손님들이 발길을 끊을 수도 있어 평소처럼 채소 밑반찬으로 구색을 갖추고 있지만 수지가 안 맞는다”며 “채소 가격이 계속 이런 수준이면 감당하기 어렵다”고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