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내린 폭설로 온 천지가 휜 눈으로 뒤덮인 지난 20일 오후 지하철 4호선 대공원역 2 출구로 나와 대공원 안으로 들어섰다. 구름층을 뚫고 나온 얇은 햇살은 있었지만 눈 위를 스쳐 불어오는 매서운 바람은 간간이 지나가는 방문객의 어깨좀 더 걸어가니 국립현대미술관이 나오고 그 옆에 아이들 소리가 들리는 서울랜드가 보였다. 눈 덮인 경관을 바라보며 걷다 보니 오른편에 서울대공원 사무실 건물이 나왔다.
1층 시설과 사무실에서 직원의 안내를 받아 2층 홍보실에서 양우정(여) 홍보팀장을 만나 동물원 임시 폐쇄 원인을 알아보았다.
– 동물원을 왜 폐쇄했나요.
“조류인플루엔자가 유행하고 있어서 동물원의 희귀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임시 폐쇄한 것입니다. 조류 인플루엔자가 없어지면 다시 개장합니다.”
– 이번 AI로 인해 희생된 동물이 있습니까.
“지난 12월에 중순에 황새 두 마라기가 죽었습니다. 그 후로 철저하게 방역을 하며 임시 폐쇄를 시행하여 더 이상의 피해는 없습니다. 지금도 주기적으로 국립환경과학원과 보건환경연구원에서 감염 여부를 검사하고 있지만, 양성 판정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 국립미술관과 서울랜드는 개장하고 있는데, 동물원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까요.
“그곳은 동물원과 충분히 떨어져 있고, 방역 전문기관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진단을 받아서 개장하고 있습니다. 주변 방역을 철저히 하고 있습니다.”
– 이번 AI유행으로 동물원 운영에도 피해가 크겠지요.
“관람객 수가 줄어 경제적 손실이 있겠지만, 저희는 동물을 보호하고 관람객의 안전을 도모하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 연세가 어떻게 되는데, 이 추운 날씨에 이렇게 걷고 있습니까.
“나는 일흔여덟, 집사람은 일흔둘이요. 이렇게 단단히 중무장하고 운동하니까 안 추워요.”
– 가까이 사시는 모양이군요. 다정하고 행복해 보이시네요. 힘 안 드세요.
“사당동에서 왔어요. 전철로 쉽게 올 수 있지요. 낭만을 즐기러 왔어요, 낭만이요. 여기 공원을 걸으면 참 좋아요. 우리는 가끔 이렇게 와서 걷고 가요.”
– 두 분만이 사세요?
“2남 1녀를 뒀는데, 다 결혼해서 저들대로 잘살아요. 큰 손자는 대학에 다녀요. 가끔 다니러 오면 반갑지요. 우린 둘이 이렇게 즐겁게 살아요.”
– 사진 한 장 찍어도 될까요
“허허 좋아요, 그럼 마스크를 벗어야겠네, 허허허, 자 찍어보시어.”
호쾌한 웃음과 스스럼없는 대화를 나누며 선뜻 카메라 앞에서 자세를 취하는 노부부, 그들은 진정 행복한 노년이다. 황량하던 대공원이 상쾌하고 포근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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