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에서 삶과 죽음을 사유하다

경기도 이천
경기도 이천하면 가장 먼저 떠올려지는 것은 무엇일까. 쌀, 먹거리, 역사 유적 등을 꼽을 수 있지만 죽음과 삶이 공존하는 공간도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천의 외곽인 마장면에 있는 한 에덴가든은 삶과 죽음이 함께 하며 인생을 반추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으로 여행자들에게는 사색의 장(場)으로 이름이 높다.
정원이 아름답기로도 유명한 곳이지만 이곳에는 아주 특별한 비밀이 있다.
가든임에도 묘지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에게 특별한 문화 중 하나가 죽음을 계속 기억하는 ‘제사’라는 풍습이다. 1주기 혹은 2주기의 이름으로 계속해서 제사를 지내는 것이 그것이다.

부모님이나 돌아가신 분 중 사랑하는 사람들을 추억하고 기억할 수 있는 특별한 장소다. 이곳은 가족들이 고인을 추억하며 더불어 휴양시설에서 쉼을 가지자는 취지다.
상담전문가 권수영 연세대 신학과 교수는 가든 안에 있는 호수를 보며 “물은 생명의 상징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며 “우리가 태어나기 전에 모두 엄마의 뱃속 물 안에 있었다”며 그 의미를 풀었다.
그렇게 바라보니 에덴낙원에서의 물은 특별한 상징이 됐다. 권 교수는 이천 지역민들도 이곳에 와서 특별한 명상에 잠기고 생각에 빠져 아픈 곳의 치유를 받을 수 있는 공간이라고 귀띔했다.

또 다른 치유의 공간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가 봤다. 봉안당이다. 생의 마지막 순간에 망자의 재를 내려놓는 공간이다. 그 공간에도 영원에의 회귀를 상징하는 다양한 예술작품들이 놓여 있었다.
어둡고 슬프게만 인식돼 왔던 장례 공간을 밝고 경건한 곳으로 바꿔보고자 하는 의도라고 한다.
권수영 교수는 이야기를 이어 갔다.
“박노해 시인이 이런 말씀을 했다. 입춘이 한겨울에 들어 있듯이 죽음이 이미 우리의 삶 가운데 들어있는데 우리가 모르고 산다는 거다. 어떨 때는 삶이 바쁘면 죽음을 인식하지 못하고 죽음이 삶을 등에 업고 간다고 했는데 사실은 우리가 여유 있게 우리 삶 가운데서 죽음을 예상해보고 삶을 풍성하게 만드는 게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권 교수는 이 봉안당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놓은 공간도 있다며 보여줬다.
나의 죽음 이후 내 유해를 안치할 봉안당을 내가 미리 마련해서 바라보는 상황이다.
삶 속에서 미리 찾아와보는 자신의 마지막 공간은 죽음이 아닌 삶의 참 의미를 사유하게 하는 색다른 체험이었다.
여행자들에게 이천 에덴가든 기행은 바쁜 일상 속에 미처 돌아보지 못했던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다.

낯선 곳에서 삶과 죽음을 사유하는 체험은 결국 삶의 지혜를 얻는 선물로 돌아올 것이다.
초겨울, 바쁜 일은 잠시 접어두고 이천으로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