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을 마친 예비 고3들 표정에서 홀가분함보다 수심이 묻어납니다.
이들에게 화두는 이번 학력평가가 아니라 일주일 전 치러진 수능 국어입니다.
<이주하 / 서초고등학교 2학년> “이과생이면 빨리 풀 수 있다 생각했는데 그것이 아니고 이과생도 정말 어렵고 읽기 자체가 좀 힘들었던 것 같아요.”
이번 수능에서 ‘괴물 문제’로 지목된 국어 31번.
동서양 우주론과 만유인력, 질점 등 어려운 개념들을 담은 긴 과학 지문에 수험생뿐 아니라 교사들도 혀를 내둘렀습니다.
정답률 18%.
이 한 문제에만 수십 건 이의신청이 쏟아졌고 비판 청원까지 등장했습니다.
<송승훈 / 경기 광동고등학교 국어 교사> “오지선다형이니까 찍었을 때 20%의 정답률이 나와야 하는데 찍었을 때보다 낮은 18% 정답률이 나왔다는 것은 수험생들 대다수가 이해할 수 없는 문제였다는 것이죠.”
내년 수능을 준비하는 예비 고3들은 걱정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김예빈ㆍ윤수옥ㆍ천지현 / 서초고등학교 2학년> “처음 문제 봤을 때 이것이 국어인지, 과학인지 약간 헷갈렸고… 계속 이렇게 어려워지면 국어를 풀려면 이제 과학과 수학도 해야 되지 않나…”
내년도 대입전형을 미리 안내하는 설명회장.
여기서도 수능 국어 31번이 단연 화제였습니다.
<장동준 / 강남구청 인터넷 수능방송 국어 강사ㆍ인천포스코고등학교 교사> “수능 국어 31번 저는 맞았을까요, 틀렸을까요? 저 틀렸어요. 확실히 이번 수능 국어가 어려웠고 고2 학생들에게는 상당히 큰 부담으로 수능 국어가…”
설명회 내용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열심히 메모하고 사진도 찍지만 갈수록 어려워지는 수능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학부모들은 막막할 뿐입니다.
<학부모> “좀 답답하죠.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고 정시 문은 좁아지고 있고 문제는 어려워지고 있고… 애들이 안쓰러운 거죠.”
<학부모> “계속 지금 학원 설명회를 다니고 있어요. 수능이 이제 자꾸 어려워질 것 같고…”
이런 불안심리를 타고 사교육 시장만 반짝특수를 누리고 있습니다.
국어 학원마다 학부모 문의가 쇄도하는 가운데 겨울방학 특강은 조기마감이 예상되는 상황입니다.
<입시 국어학원 관계자> “31번 같은 경우에는 답이 안 나오니까 아이들이 계속 그 지문을 읽는데 시간을 다 써서… 지문 읽는 속도도 좀 빠르게 훈련을 해야 되고요. 어휘라든지 이런 것을 많이 좀 가지고 있어야 돼요.”
부랴부랴 속독학원 문을 두드리는 학생들까지…
<속독학원 관계자> “수능을 풀어보고 나서 조금 당황을 많이 했죠. 지금 현재 고 1·2들이… 고3 올라가는 친구들 문의가 많이 온 것 같고요.”
교보문고에 따르면 수능 당일인 지난 15일부터 21일까지 일주일 간 독서법 관련 책 판매량이 직전 일주일보다 25% 증가했습니다.
<강성태 / 사회적기업 ‘공신닷컴’ 대표ㆍ인터넷 방송 진행자> “진짜 바로 반응이 와요. 수능이 이렇게 어렵게 나오잖아요. 하루 이틀 만에 국어를 심화해서 고난도로 가르쳐주는 사교육들이 대치동부터 있어요. 거기 대기자가 몇백명… 교과서나 일반적으로 학생들이 보는 교재 가지고 대비가 안된다는 것이 거의 기정사실처럼 돼버렸거든요.”
법학 적성시험인 ‘리트’나 행정고시 국어 문제집도 수능 교재로 쓰이고 있습니다.
<구본창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 “학교 교육과정이 기본적으로 수능에 대비하기 위해서 짜인 것이 아닙니다. 수능과 괴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거든요. 그러다 보니 수능 영역의 문제 풀이를 대비하기 위해서 또 사교육 기관을 가게 되고 학교도 교육 과정이냐 수능 대비냐의 고민에 빠질 수밖에…”
현재 20%인 수능 위주 정시 비율은 2022학년도에는 30% 이상으로 더 확대될 전망입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본래 목적은 말 그대로 대학에서 수학할 수 있는 기본적인 능력을 평가하는 데 있습니다.
변별력도 중요하지만 적정 난이도가 확보돼야 과도한 사교육 부담을 덜고 수능의 신뢰도도 유지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