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녀’ ‘맘충’학교 교실에서 쏟아지는 단어들입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영향으로 학생들 사이에서 여성 혐오적 표현이 만연하게 사용됩니다.
학교에 혐오표현이 확산되면서 이를 규제하는 학생 인권조례 개정안이 작년 발의되기도 했는데요. 여혐을 접한 교사가 60%에 달할 정도로 여전히 교실은 혐오로 가득합니다. 자료/전국교직원노동조합 여성위원회
*여혐: 여성혐오의 줄인 말로 여성에 대한 혐오나 멸시, 또는 반여성적인 편견을 뜻하며 여성에 대한 차별, 부정과 비하, 폭력, 성적 대상화, 남성우월주의 사상을 포함한다.
이에 따라 페미니즘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1월에는 청와대 홈페이지에 ‘초·중·고교 페미니즘교육 의무화’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올라왔죠.
“아직 판단이 무분별한 어린 학생들이 학교에서 여성 비하적 단어를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한다. 선생님께 말씀드려도 제지가 잘되지 않고 아이들도 심각성을 잘 모른다” 국민청원자
*페미니즘: 여성의 권리 및 기회의 평등을 핵심으로 하는 여러 형태의 사회적·정치적 운동과 이론들을 아우르는 용어.
해당 청원은 21만3천여 명이 동의하며 청와대 공식답변 대상이 됐습니다. 이에 청와대는 성 평등 교육의 미비함을 지적하며 페미니즘교육의 필요성에 힘을 실어주었는데요.
“페미니즘교육은 체계적인 인권 교육과 통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결과도 나왔습니다. 학교를 넘어 한국 사회에 깊숙이 내재된 성차별과 여성혐오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페미니즘교육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논문이 최근 발표됐죠.
논문에 따르면 페미니즘을 잘못 이해한 반페미니즘 정서와 여성의 성적 대상화가 학교에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며 적절한 대응과 교육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는데요.
“10대들이 여자·남자로만 양분된 세상 중 하나에 배정받아 ‘반쪽 세상’에서만 살아가게 해서는 안 된다” 성공회대 실천여성학전공 김수자
저자는 교육이 남녀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합니다. 여학생은 성차별적·혐오적 요소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남학생은 당연시했던 일상이 잘못됐음을 인지한다고 설명합니다.
그런데 페미니즘교육에 대한 찬반 논란도 뜨겁습니다. 작년 한 혁신 초등학교 교사 21명이 페미니즘 모임을 만들어 관련 내용을 가르친 사실이 알려지며 누리꾼들의 공분을 샀는데요.
“학부모들은 박수치지 않을 겁니다. 교사로서 바른 걸 가르치셔야지요. 그것도 초등학생들에게!” 네이버 아이디 tjda****
페미니즘은 인권문제라고 주장하는 교사들의 입장에 반해 학부모 단체, 정치권 등 일각에서는 페미니즘교육이 일방적인 시각을 주입한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초등학생은 성 정체성을 확립해 가는 가장 중요한 초기연령대이다. 그런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왜곡된 성 의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교육은 매우 위험스러운 행위다” 전국학부모교육시민단체연합
일부 누리꾼들은 교사들에게 극심한 인신공격을 가하기도 했는데요. 파장이 커지자 해당 교사들이 속해 있는 동호회 ‘페미니즘 북클럽’은 회원들의 자발적 결정으로 해체됐습니다.
하지만 페미니스트 교사들의 시도를 응원하는 이들도 있었죠. 미국인 수필가 리베카 솔닛은 교사들의 페미니즘교육을 지지하는 내용의 해시태그 달기 운동에 동참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우리에겐_페미니스트_선생님이_필요합니다’
학교 안팎의 성차별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페미니즘교육 의무화. 논란을 딛고 실시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