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질환 진단, AI가 맡는다

미국·중국 연구진 ‘셀’에 발표
최신곡을 틀어주고 날씨를 알려주는 인공지능 비서가 질병까지 진단해 주는 시대가 올지 모른다.

 

국내 연구진이 작업성 폐 질환인 진폐증을 95%의 정확도로 진단하는 AI를 개발하는 등 관련 연구 성과가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와 중국 광저우의대 등이 참여한 국제연구진은 안질환을 진단하는 인공지능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실명을 유발하는 안질환인 황반변성(Macular degeneration) 및 당뇨성 황반부종(diabetic macular edema)을 95% 이상의 정확도로 진단하는 인공지능이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셀'(Cell) 22일 자에 발표했다.

인공지능(AI)[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플랫폼에는 ‘트랜스퍼 러닝'(Transfer Learning)기술이 적용됐다.트랜스퍼 러닝은 인공신경망 학습에 효율적인 기법으로, 영상인식 분야에도 널리 사용된다. 일반 영상으로 인공지능을 학습시킨 뒤, 특수 영상을 배우게 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번에 일반 영상으로 초기 학습을 마친 뒤 사람의 눈을 찍은 빛간섭단층촬영(OCT) 데이터 20만 건 이상을 이용해 AI를 훈련시켰다.

그 결과 이 AI는 질환 2종의 발병 여부와 진행도를 단 30초 만에 진단해냈다.

5명의 안과전문의가 내린 진단 결과와 비교했을 때 AI 진단의 정확도는 95% 이상이었다.

강장 UCSD 교수는 “CT(컴퓨터단층촬영) 및 MRI(자기공명영상) 데이터를 학습시켜 암 종양을 구별할 수 있는 AI를 만드는 등 이 기술은 많은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문의는 도시에 집중돼 있지만, 인공지능은 세계 어디서나 활용할 수 있다”며 “중국, 인도, 아프리카처럼 의료 지원이 적은 곳에서 더욱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의 의의를 밝혔다.

국내에서도 이런 진단용 AI 연구 개발이 한창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바이오의료IT연구본부는 서울아산병원 및 울산대병원과 함께 작년부터 ‘인공지능 주치의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각 병원의 진료기록을 기반으로 심혈관질환을 95%의 정확도로 조기에 진단하고 발병가능성을 예측하는 AI 엔진을 2022년까지 구축하는 게 목표다.

ETRI 연구진은 “엔진이 개발돼 더욱 다양한 기관의 진료기록을 학습하면, 여러 병원의 전문의가 서로 협진하는 효과를 낼 것”이라며 “특히 원인이 복잡하고 진행 형태가 다양한 질환을 진단하는 데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