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소리와 휑한 내장산 산자락에 흰 눈이 덮여 있다.
다듬잇돌에 두 방망이 또닥거려 다듬어진 흰 옥양목 카펫 위를 걷는 양 상큼하다.
‘꽃은 떨어지면 줍는 사람이 없어도 곱게 물든 낙엽은 주워서 책갈피에 꽂지 않더냐.’ 잘 죽는 방법으로 어떤 스님의 말이 겹쳐 생각난다.
차가운 바람도 하얀 눈도 방해물이 아니다.
아름다움이 영원하지 않음을 산 나무는 전신을 드러내 고스란히 보여준다.
바람 한 점 넣은 애잔함이 들어간 사진은 훌륭한 액자가 된다.
인간은 유한하다고 목탁 소리만 쩌렁쩌렁 산을 흔들고 있다.
hisuni@silvernettv.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