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금주 헌정 첫 대통령 대면조사 추진

8∼10일 유력 관측…靑 위민관이나 안가 등 ‘제3의 장소’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에 대한 특별검사의 조사가 임박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번 주 후반께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의 정점으로 보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를 추진한다.

5일 사정 당국에 따르면 특검팀은 박 대통령 측과 이달 8∼10일 사이에 대면조사를 하는 일정을 조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 관계자는 “대면조사를 한다면 8∼10일 중 하루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조만간 구체적인 시점이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특검의 대면조사를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밝혀온 상태여서 일단 성사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진다.
3일 청와대 압수수색 시도가 불발로 끝나며 현안으로 남았지만 이와 상관없이 대면조사를 추진한다는 게 특검의 입장이다.

 

조사 장소에 대해선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특검은 ‘방문조사’ 형태를 취하되 청와대 경내가 아닌 ‘제삼의 장소’에서 하자는 입장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 측은 경호상 문제 등을 들어 청와대 경내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제삼의 장소가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구체적으로 청와대 안전가옥(안가)이 거론된다. 경외 연무관, 삼청동 금융연수원, 창성동 정부종합청사 별관 등도 후보로 꼽힌다. 청와대측은 경내 위민관을 조사 장소로 언급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이 제시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 마지노선을 하루 앞둔 17일 청와대 정문(일명 11문) 앞에서 경찰이 근무를 서고 있다

아울러 청와대 측이 비공개 조사를 원해 그대로 관철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특검은 대면조사 성사 자체가 중요한 만큼 공개 또는 비공개 여부에는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박 대통령 대면조사는 특검 수사의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작년 12월 21일 공식 수사에 착수한 뒤 가장 공을 들여온 부분이기도 하다.

 

현직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는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앞서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박 대통령의 대면조사를 추진했으나 대통령 측이 거부해 이뤄지지 않았다.

 

특검은 대면조사에서 박 대통령에게 제기된 모든 혐의를 캐묻는다는 방침이다.

 

박 대통령은 현 정부 ‘비선 실세’라는 최순실(61·구속기소)씨와 공모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돕고 거액을 지원받는 등 뇌물을 수수한 의혹을 산다.

 

박대통령은 최순실과 공모해 기업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관리에 관여하고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공무원을 부당하게 사임 또는 좌천시키는 등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의혹도 있다.

 

김영재-박채윤 부부를 중심으로 한 ‘의료 특혜’와 ‘비선 진료’ 의혹에도 연루됐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행적도 핵심 조사 항목이다.

 

박 대통령은 그러나 한국경제신문 주필이 운영하는 인터넷 방송 ‘정규재 TV’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태는 누군가의 기획인 것 같다”며 “최순실 사태는 거짓말로 쌓아 올린 거대한 산”이라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박 대통령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서도 “모르는 일”이라고 밝히는 등 특검이 제기하는 각종 의혹을 강력 부인하고 있다.

 

특검 관계자는 “박 대통령 대면조사 기회는 단 한 번뿐”이라며 “후회 없고 성역 없는 조사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전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