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의 원작은 1994년에 나온 일본 만화 ‘견랑전설’이다. 이 만화는 인기가 좋아 1999년 일본 애니 ‘인랑’으로 제작되어 당대 최고라 평가받은 작품이다.
한국 영화 제작자들이 이렇게 일본 만화를 영화로 만들 때마다 한국에는 진정 좋은 시나리오를 쓸 수 있는 작가가 그렇게도 없느냐며 한탄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한국영화의 스토리는 일본 원작과 똑같다. 그나마 배경만이 다를 뿐이다. 일본 원작 만화는 일본의 60~70년대 시민운동이 한창일 때가 배경이다. 하지만, 2차 대전 당시 일본의 동맹국이었던 독일을 너무도 좋아하는 일본인들답게, 일본은 2차 대전에서 미국대신 독일에 패전하여 독일의 지배를 받는다는 가상 세계를 설정하고 있다.
전후 일본은 잿더미 속에서도 경제개발을 강행하는데 그 부작용으로 범죄와 실업률증가, 임금인상과 재벌타파를 외치는 반정부 시위가 끊이질 않는다.
특히 RO(Revolutionary Organization: 폭력혁명 지하조직)에 버금가는 ‘섹트(sect: 어떤 조직의 지령을 받는 행동대원 분파)’의 활동으로 무장봉기와 테러가 계속 발생하면서 정부전복을 시도한다.
이러한 무장 테러를 토벌하기 위해 ‘수도경찰국’이 탄생하여 신무기로 무장하는 과정에서 인랑(人狼)부대가 탄생한다. 이 부대의 장비들이 모두 독일군 장비들을 모방한 것이고 마블의 아이언맨 슈트(suit)를 모방한 방탄복이다. 이 특수부대는 기존의 경찰 조직과 갈등을 빚고 조직 대 조직의 복잡한 싸움으로 번진다.
지난 7월 25일에 개봉한 한국영화 ‘인랑’은 미래의 한국 사회가 배경이라는 점에서 원작과 다르다. 2029년 남북한이 통일준비 5개년 계획을 선포한 후, 반통일 테러단체(섹트)가 등장한다.
이 섹트의 등장과 경찰 특수조직 ‘특기대’의 ‘인랑’이 출현하고 정보기관인 ‘공안부’와의 갈등이 시작된다는 줄거리도 원작과 똑같다. 현재 우리나라에도 기무사와 국방부, 경찰과 검찰의 갈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공감이 가는 대목이다.
일본 만화에서는 섹트(sect)조직원 중 자폭한 조직원의 언니‘케이‘와 인랑의 일원인 ’후세‘와의 사랑이 비극으로 끝난다. 이에 비해 한국영화에서는 ‘인랑’의 일원인 임중경(강동원)은 섹트의 조직원들이 원래 악질 범법자가 아니고 먹고살기 어려워 생계를 위해 조직에 가담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역설한다. 그래서 자폭한 섹트의 여조직원의 언니 ’이윤희(한효주)‘와 이윤희의 남동생을 구출하고 그들의 사랑도 행복하게 끝난다는 점이 다르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이 강동원, 한효주, 정우성 등으로 연기력이 뛰어나 사람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그래서 개봉영화 순위 3위까지 올랐다.
김진홍 기자 yacho44@silvernettv.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