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팝나무꽃인가

춘궁기(春窮期: 보릿고개)에 피는 이팝나무 꽃
요즘 이팝나무꽃이 만발하고 있다. 옛날에 봄철이 되면 식량이 떨어져 밥 굶는 사람들이 많았다. 봄보리가 나오기 직전이 배고픔을 참고 넘기기가 가장 어려운 시기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때를 ‘보릿고개’라고 했다. 보릿고개가 되면 이팝나무에 꽃이 피는데 배고픈 사람들이 이 꽃을 보면 꼭 쌀밥(이밥)을 나무 위에 얹어놓은 것 같이 보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나무의 꽃을 이팝나무꽃이라고 하였다. 요즘은 지구 온난화로 봄꽃과 여름꽃이 뒤엉켜서 정신없이 피어나고 있다.
갈대꽃은 겨울에도 쓸어지지않고 꿋꿋합니다.

 

지난날, 우리나라에서 왕이 똑똑하면 나라가 부강해지고 백성들도 배불리 잘 먹고 잘 살며 태평성대를 누렸다. 그래서 이웃 나라도 감히 우리나라를 넘보지 못했다.

그러나 못난 임금이 보위에 오르면 똑똑한 학자들과 충신들을 멀리하고 아첨으로 출세하려는 간신배(奸臣輩)들을 등용하기 일쑤다. 그렇게 되면, 매관매직이 횡행하고 탐관오리가 들끓어 백성을 착취하면서 평민은 도탄(塗炭)에 빠진다. 결국, 국가 경제가 망가져 사람들은 밥 굶기를 밥 먹듯 하고 굶어 죽는 사람들이 즐비했다.

또 이 나무에는 쌀밥과 연관된 전설도 많다. 옛날 어느 가난한 동네에 가난한 어머니가 품팔이로 먹거리를 얻어다가 아이 셋을 먹여 살리고 있었다. 그러나 먹거리는 항상 보리밥, 콩밥, 감자, 고구마 등이었다.

지는 해도 한송이 꽃같이 보입니다.

하루는 어머니가 아이들에게 쌀밥을 먹이고 싶어서 고개 너머 부자 동래로 품팔이를 갔다. 저녁때가 되어 어머니는 쌀밥을 얻어서 먼 길을 걸어 마을 앞 고갯마루에 당도했다.

그때 땅딸보 도둑이 나타나 머리에 이고 있는 쌀밥을 내놓으라고 하였다. 어머니는 이 쌀밥은 아이들에게 먹일 거라며 쌀밥을 두 손으로 하늘 높이 추켜들었다.

키가 작은 땅딸보 도둑은 쌀밥을 뺏으려고 어머니 몸으로 기어올랐다. 어머니는 옷이 벗겨지는 것도 모르고 큰소리로 하느님께 빌었다. ‘하느님…! 이 쌀밥은 아이들에게 먹일 겁니다. 도와주세요.’ 이때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졌다.

부처님은 누구에게나 자비를 베풉니다.

도둑은 바위가 되고 어머니는 커다란 이팝나무가 되었다. 그리고 해마다 보릿고개가 되면 이 이팝나무에 이팝나무꽃이 먹음직스럽게 피어나고 있다.

전설이 많은 경남 밀양지방에서는 해마다 이팝나무꽃 축제가 열린다. 이 나무는 용담목 물푸레나무과(Oleaceae)에 속하는 낙엽교목이고 속명인 Chionanthus는 Snow flowering(눈꽃 같은 나무)이라는 뜻이다. 꽃말은 영원한 사랑이다.

김진홍 기자 yacho44@silvernettv.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