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자락이 우리를 오라하데

꿈꾸는청춘예술대학 봄나들이
서대문구 안산 자락 길, 도심에 있어 접근성도 좋고 산책과 등산을 겸한 공원 같은 산이다. 장애인과 노약자도 휠체어를 타고 산 중턱까지 갈수 있는 길이며 나무판으로 되어있어 걷기에 편하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보존하는 순환산책로 무장애 둘레길,

 
서대문구 안산, 해발 300m 정도 낮은 산이나 바위산인 정상에는 현대문명의상징인 무선통신 안테나와 철탑이 보인다. 그 옆 최근 복원한 조선시대봉수대가 있다. 목적이 같은 옛날과 현대 시설이 인접한 장소에 있어 대조를 이루고 있는데, 의사전달을 위한 지리적 위치가 중요한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도심에 있어 접근성도 좋고 산책과 등산을 겸한 공원 같은 산인데 장애인과 노약자도 휠체어를 타고 산 중턱까지 갈수 있는 길이 만들어졌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보존하는 순환형 무장애 둘레길 7km를 건설하는데 3단계로 추진 50억 가까운 공사비가 들었다고 한다.

자력으로 올라온 휠체어 등산에 감격의 눈물을 흘린 장애인들 사연과, 자연생태를 즐기고 역사탐방, 박물관 견학, 북카페, 명상의 숲 등을 알리는 뉴스가 나왔다. 독립문 역에서 모인 일행 10여명 독립공원을 거처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을 보며 걸었다. 마을버스 종점을 지나자 아파트 지역을 벗어났고 현재위치는 동쪽 자락길 접근로다.

약 3시간 정도를 예상하고 출발 지점으로 되돌아 오기위해 반시계 방향 북향 자락길로 들어섰다. 주위 사항 팻말에는 등산용 스틱과 아이젠 사용금지다. 완만한 경사로가 이어지는데 바닥이 나무로 되어 걷기 편하고 느낌이 좋다. 기둥을 세워 다리를 만든 길이어서 산을 직접 밟고 가지 않아 생태계 보존에도 도움을 주고 휠체어가 다니기에 충분한 폭이다.

인왕산 성곽 복원한 부분은 잘 보이는데 북악산은 흐릿하다. 벌통같은 집들이 빼곡하게 산 아래를 메우고 있다. 북향인 산기슭에 나무들이 무성한데 주로 활엽수인 참나무다. 산자락을 지나는 길이 계속 이어지는데 계곡을 잘도 건너간다. 난간 아래로 보이는 돌로 포장한 길, 양측 비탈면은 축대를 쌓았다. 계곡에 무슨 필요로 이런 길을 만들어 놓았을까? 잠시 생각해보니 큰비가 오면 계곡 물이 흘러갈 물길을 튼튼하게 만들어 산사태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다.

중간에 작은 쉼터가 많은데 유모차나 휠체어가 교행 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쉬엄쉬엄 걸어 한 시간여 소나무 숲이 보이고 넓다란 쉼터다. 화장실도 깨끗하고 통나무를 켜 반원으로 만든 의자 수십 개가 깔끔하게 놓여 있다. 의자에는 쓰러진 나무로 만든 것이라고 쓰여 있고, 산 모양새가 말의 안장을 닮았다하여 안산(鞍山)이라는 해설도 있다.

소나무 숲이 우거진 사이로 길이 이어지는데 속아낸 나무를 쌓아 놓은 나무 더미와 가지치기를 한 소나무들이 곧게 자란모양이 보기 좋다. 시간이 지나면 충분히 경제성 있는 좋은 재목감이다. 숲길에 간이쉼터가 있어 명상 할 수 있는 여유도 가질 수 있다. 나무를 솎아내어 여유 공간을 만들어 주듯 산도 헐렁하게 해주어야 산사태와 같은 재앙을 피할 수 있다.

숲속 산길에서 받을 힐링을 위해 생태계를 보호하며 공들여 건설한 흔적들 자락길을 걸으며 알 수 있겠다. 길안내 팻말 봉수대와 메타세과이어 숲길, 여기는 계단으로 되어 휠체어는 갈수 없다. 등산의 정서도 바뀌고 있다. 누군가에 쫓기듯 정상을 향해 올라가고 유명산을 정복하고 왔다는 무용담 같은 자랑을 했던 젊은 시절이었다. 산을 정복하다니, 산이 허락해 준 것이지 불경스런 말이다.

정신없이 정산을 향해 오르기만 할 것이 아니다. 주변을 둘러보고 담소하며 걷고 풍광을 즐기는 여유를 주는 둘래길이 각광을 받고 있다. 내려가는데 전망이 좋다. 남산이 보이는데 선명하게 보이질 않는다. 능선을 따라 만들어진 길이 끝나면서 맨땅인 흙길로 변했다. 참나무로 된 말뚝과 잡목으로 비탈면을 보강하여 흙이 무너지지 않도록 만들어 놓았다. 왕래가 많은 오래된 길로 기존의 등산로를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굽이도는 산길 중간에 가끔 산위 방향으로 돌로 쌓은 작은 웅덩이들이 있고, 여기에 길을 가로 지르는 커다란 프라스틱 관이 묻혀있다. 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빠져 나갈 숨길을 만들어준 배수관이다. 산길이 가로 막으면 길은 빗물에 무너져 버린다. 세상사는 길이나 산길이나 가로 막으면 숨이 통하는 길을 만들어 놓아야 하는 것은 같은 이치 인 것 아닐까?

능안정 방향 길 아래 멀리 보이는 절이 봉원사다 신라 때 창건한 오랜 역사가 있는 절로 알고 있다. 팔각정에 쉬면서 점심 예약을 확인하고 출발 지점으로 향하는데 흙길이 끝난다. 경사로를 따라 다시 내려오니 출발 지점, 한성과학고와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이 마주하고 있다, 그 중간 서대문구 의회 앞을 지나면서 근현대사의 영욕이 교차하는 느낌이 온다.

늦은 점심시간이나 시장기는 들지 않는다. 시래기 찜 전문점, 고향에서 직송해와 만든다는 주인의 설명, 새우와 등뼈가 들어간 것으로 주문하고 다음 산행장소와 새해 계획을 세웠다. 질긴 것 같으면서도 부드러움에 양념과 고기 맛이 스며들어 감칠맛이 좋다. 요즘 시래기가 몸에 좋다하니 강원도 양구에서 말린 유기농 시래기는 같은 무게 고기 값 보다 비싸다.

어릴 적 논 옆 방죽에서 잡은 붕어에 시래기와 된장을 풀어 푹신해지게 불을 먹이고 풋고추 썰어 넣은 시래기 생각이 되살아난다. 우거지와 시래기가 다름도 알게 되었다. 배추 잎을 재료로 하면 우거지다. 하찮아 보이던 옛날 먹을거리가 웰빙 식품으로 각광을 받고 참으로 세상은 돌고 도는 것인가? 시래기 찜에 곁들인 막걸리와 추억담을 들으며 일행과 함께한 기분 좋은 하루였고, 봄꽃들이 또 오라고 손 흔들어 준 안산 자락길이 입가에 웃음을 머금게 한다.

김영남 (15기 예비기자) 한국문인협회 회원(수필) 전통문화진흥원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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