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노팅 힐(Notting hill)

20년 만에 재개봉된 영국 영화
이 영화는 20년 전에 개봉되어 호평을 받았다가 관객들의 요청으로 지난 4월 17일에 재개봉(再開封)되었다.

 

 1주일 전에 개봉된 ‘어벤져스’가 관객 7백만 명을 돌파한 데 비해 이 영화는 재개봉 2주일이 되었지만, 누적 관객 수 5만5천명에 주저앉아 있다.

그런데도 이 두 영화의 관람객 평점은 9.53으로 같고 기자들과 평론가들의 평점도 7.82(어벤져스)와 8.00(노팅 힐)으로 비슷하다. 그리고 인기 순위도 평점 면에서 노팅 힐이 5위를 고수하고 있다. 아마도 관객의 수준이 20년 전에 머물러 있거나 아니면 요즘 세태(世態)가 이 영화와 맞지 않는다는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이 영화는 영국에서 만든 영화로 할리우드 영화에 물들어 있는 실버들에게는 감독, 주연 조연 배우들 모두 낯설기만 하다.

우선 영국에 ‘노팅 힐’이라는 빈민가가 있다는 사실조차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

노팅 힐에서는 대영제국 시절에 노예로 팔려 온 흑인들의 후손이 지금도 매년 8월에 축제(Nottinghill Carnival)를 열고 있다는 블로거들(bloggers)의 얘기도 낯설다. 다만 이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 20년 전에 흘러간 팝송의 멜로디가 여러 개 들려오고 있어서 친밀감을 느끼게 된다.

영국 노팅 힐에서 여행 전문서적 책방을 적자로 운영하는 ‘윌리엄 태커’는 이혼남(離婚男)이다. 그는 그의 책방에서 아주 우연히 미국 할리우드에서 한참 인기 있는 여배우 ‘애나 스콧’을 만나 순수한 사랑을 꿈꾼다.

사실 요즘 세상 같으면 턱도 없는 얘기다. 그러나 그녀의 돈만 보고 접근하는 남자들에 신물이 난 그녀는 잘 생기고도 순수한 윌리엄에게 점점 빠져든다. 그리고 그녀가 모든 부와 명성을 포기하고 빈민가의 사람들을 택한 마지막 장면에서 거의 불가능한 픽션인 줄 알면서도 관객들은 흐느낀다.

사실 이 영화는 미국이 아무리 잘 살아도 영국의 식민지였다는 영국의 우월주의를 은연중에 암시하는 영화다.

요즘 일본 천황 즉위식에서 보듯이 일본 천황은 백제 무령왕의 후손이고 일본이 아무리 잘 살아도 우리나라 백제의 식민지였다는 사실과 다를 바 없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