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위안부 소녀상 문제에, 일본의 독도 도발이 더해지면서 한일 관계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부산 일본총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에 주한 일본대사 등 소환이라는 초강수 조치로 촉발된 한일 갈등이 이번주 봉합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독도에 소녀상 설치 움직임을 문제 삼은 일본 측이 독도에 대한 주권 주장을 하는 바람에 상황은 오히려 악화하는 양상이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은 1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경기도의회가 독도에 소녀상 설치를 추진하는 데 대해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도발했다.
실제 독도에 소녀상이 설치될 경우 양국 간의 관계를 더 경색시킬만한 추가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일본 정부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한국 정부가 즉각 강도 높은 비판을 내 놓으며 상황은 확전일로를 걷고 있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기시다 외무상의 발언에 대해 “일본 정부가 또다시 부당한 주장을 한 것에 대해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 정부가 명백한 우리 고유의 영토인 독도에 대한 부질없는 주장을 즉각 포기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국 정부는 이날 오후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 공사를 외교부로 초치, 우리 정부의 강력한 항의를 전달하기도 했다.
독도 문제로 양국 정부 간 공방이 이어지면서 당초 이번 주 중으로 예상됐던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의 한국 귀임 일정도 예측하기 힘들게 됐다.
일본 정부는 지난 9일 부산의 일본 총영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 설치에 항의하며 나가미네 대사와 모리모토 야스히로(森本康敬) 부산 총영사를 일시귀국 조치했다. 일본이 2012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대한 항의 표시로 주한 일본대사를 12일간 일시귀국 시킨 바 있는 만큼 상황이 덜한 이번 갈등에서는 일시귀국 기간이 열흘 가량으로 예상됐었다.
이에 따라 당초 이번주 중후반 나가미네 대사 등이 한국으로 귀임할 것으로 보였지만, 양국의 갈등이 오히려 격해진 상황에서 이번 주 귀임이 힘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기시다 외무상은 이날 독도 관련 망언을 하면서 기시다 외무상은 나가미네 대사의 귀임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결정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일 관계의 실타래가 쉽게 풀리기 힘들 정도로 얽혀있는 상황인 만큼 당분간 양국간 관계는 냉각 상태를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과 일본 모두 독도 문제는 자국 내에서 이론을 찾기 힘들 정도로 강한 여론의 반발이 나올 만큼 폭발력이 크다. 그동안 위안부 소녀상과 한일 합의 문제에 대해서는 유화적인 제스쳐를 보이던 한국 정부가 이날 일본측의 독도 발언에 대해 발끈 한 것 역시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일본의 경우 역사 문제에 대해서는 일본 언론과 시민단체 중 한국의 우군(友軍)이 적지 않지만, 영토 문제에 대해서는 여권과 야권, 언론의 성향과 관계 없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양국 모두에서 상황을 추가로 악화시키지 않으면서, 냉정한 대처로 현재 꼬이고 꼬인 갈등과 대립을 현명하게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