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지난 7월 11일에 개봉하였으나 관객을 별로 모으지 못하고 있다.
홍보가 잘 안되어 그렇기도 하지만 일본의 1970년대 컬러TV가 나오고 영화 산업이 사양(斜陽)길로 접어들 때의 이야기를 다룬 옛날이야기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옛날을 그리워하는 ‘실버’들과 더위에 지친 연인들은 시원한 전철과 시원한 극장을 찾고 있다. 요즘은 젊은이들 취향에 맞는, 때려 부수고 치고받고 싸우고 죽이고 하는 스릴러 영화가 많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이런 영화들에 식상(食傷)한 사람들은 조용한 로맨스 영화를 찾는 경향도 있다.
흔히 일본인들은 정조(貞操)관념이 없고 성생활이 문란하다는 선입관이 있기 마련인데 이 영화 ‘오늘 밤, 로맨스 극장에서’는 극단적인 ‘플라토닉 러브(platonic love)’를 그리고 있다. 그러면 일본인들이 왜 이렇게 변했을까?
12세기 우리나라 고려 때 괄시(恝視)받던 무신(武臣)들이 반란을 일으켜 왕을 허수아비로 만든 무인 시대가 시작되었다. 이 무렵 일본에서도 사무라이들이 반란을 일으켜 지방마다 각각 성을 하나씩 차지하고 서로 싸우고 죽이는 전국시대(戰國時代)가 시작되었다.
이렇게 한 오백 년 동안 전쟁을 하다 보니 일본의 남자들이 씨가 말랐다. 그래서 일본을 무력으로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는 남자들을 보충하기 위해 근친혼(近親婚)과 전쟁미망인(未亡人)의 불륜(不倫)을 장려한다. 그래서 야합(野合)에 편리한 기모노(きもの)가 발달하고 성문화(性文化)가 문란(紊亂)해 졌다.
그 결과 일본에서는 미숙아(未熟兒)가 양산(量産)되었고 일본인들만의 희소병(稀少病)이 유행하였다.
지금 일본인들은 멘델의 법칙(Mendelism)을 뒤늦게 깨달았다. 그래서 근친혼을 피하여 혈연(血緣)적으로나 지역(地域)적으로나 되도록 먼 곳에 있는 배필(配匹)과 결혼하는 것이 유행하고 있다.
이 영화에서는 한술 더 떠서 평생 손 한번 잡아보지 않는 사랑도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래서 그러한 애인의 시중을 받으며 늙어 죽어 가는 일본 할아버지의 모습을 마지막 장면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발상은 내세(來世)를 믿는 일본인들의 종교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참고로 일본인들이 믿는 종교는 신도(神道)가 54%, 불교가 41%, 기독교가 0.7%, 기타 4%다. 그래서 사람이 죽으면 불교식으로 화장하고 공동 납골묘지도 마을 한복판 명당자리에 있다. 또 기독교 신자가 별로 없으니 성탄절도 공휴일이 아니다. 그 대신 신정(新正)에는 신사(神社)를 찾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김진홍 기자 yacho44@silvernettv.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