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펜화가 신혜식 두 번째 개인전

남산갤러리에서 ‘남산의 소나무’를 만나다
온통 연녹색 물감으로 곱게 채색되어 푸르름과 싱그러움이 가득한 4월의 남산, 서울의 한복판 남산갤러리에서 18일(수)~ 23일(월)까지 펜화가 신혜식의 두 번째 소나무 펜화 전이 열렸다.

이미 소나무 펜화가로 널리 알려진 신혜식 작가는 남산 안중근기념관 앞 안중근 의사의 친필“見利思義見危授命”이 새겨진 비석를 펜화로 옮긴 작품 등 펜으로 그린 소나무 작품 24점을 선보였다.

신혜식 작가의 그림경력은 좀 특이하다. 어린 중학생 때 월간 학생 잡지인 <학원>에서 본 코주부 김용환의 삽화에 반해 그대로 따라 그려본 것이 펜화와의 첫 만남이었다고 한다. 여러 가지의 이유로 만화가로의 꿈은 접고 35년간 공무원으로 봉직했다. 그간 손에서 펜을 내려놓고 살아왔지만 10년 전 아주 우연한 기회에 펜화에 다시 관심을 두게 되었고 소나무 그리기에 전념한 것은 7년 전쯤부터이다.

펜화는 서양화 장르이지만 신 작가가 원래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다. 혼자 시작했고 혼자 그렸다. 펜화 관련된 전문교육과정이나 기법을 전수하는 기관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독학으로 시작한 이래 나름대로 신 작가만의 독특한 펜화 세계를 구축해 가고 있다.

신혜식 작가가 작품 소재로 소나무를 정하게 된 계기는 설악산 권금성에서 무학송(舞鶴松)을 만나고부터다. 천애 절벽 위에 쓰러질 듯 자리한 800살짜리 거송(巨松)에서 느낀 강인한 생명력, 조형적 신비로움, 만고상청의 늘 푸름, 800살의 장수, 꿋꿋한 기상, 고고함, 당당함을 보고 신령스러운 경외감으로 전율을 체험했다고 한다.

<저 높은 곳을 향하여(20호)>라는 소나무 펜화 작품이 2017년 제1회 전국교직원미술대전에서 입선되어 크게 호평을 받았을 때 독학으로 시작한 펜화 그림이 전문가에게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 가장 보람 있고 기뻤다고 말한다.

화가는 소나무를 그리게 된 것에 무한한 긍지를 느끼고 있으며 주위의 격려와 호응에 힘입어 2017년 10월에 소나무 펜화 작품 28점을 모아 인사동(인사아트프라자)에서 제1회 개인전을 갖은 바 있고 이번이 두 번째 개인전이다.

신혜식 작가는 “꿈을 꾸고 뭔가가 할 수 있다면 그것부터 시작하라,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용기 속에 당신의 천재성과 능력과 기적이 모두 숨어 있다.”는 독일의 문호 괴테의 명언을 인용하면서 “100세 시대에 우리는 우리 안에 무엇이 숨어 있는가를 스스로 찾아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65세 때 시작한 펜화가 삶의 질을 확실히 바꾸어 주었다고 말하는 신 작가의 건강한 모습은 76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다. 늦은 나이에 시작했고, 전공하지도 않은 것이 내 경우와 비슷하다면서 노년에 훌륭한 삶을 산 일본의 시바다 도요 할머니나 미국의 화가 해리 리버만을 좋아한다고 했다. 이들은 시나 그림을 전공하지 않았다. 시바다 도요는 100세에 두 번째 시집을 냈고 해리 리버만은 77세에 처음 붓을 잡은 후 81세부터 103세에 작고할 때까지 21번의 전시회를 열었다.

작가는 앞으로 20년은 더 펜화를 그리면서 매년 전시회를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24점의 소나무 펜화 작품이 전시되고 있는 남산도서관 1층 갤러리에서 말쑥한 정장 차림으로 관객에게 작품을 설명해주고 있던 신 작가를 만났다.

– 펜과 먹이라는 좀 특이한 도구와 제재를 한국 소나무에서만 찾는 의미가 있는지요?

“우리 한국의 소나무는 특유의 격과 운치, 늘 푸름, 남성미의 직선과 여성미의 곡선이 오묘하게 어우러져 빚어내는 조형적 아름다움이 세계 어느 나라의 소나무보다 탁월하다. 충절, 지조, 절개, 장수로 상징되기도 하고 강인한 생명력, 고고함, 당당함이 좋아 소나무만을 그리고 있습니다.

소나무는 표피(껍질) 그리기가 제일 중요한데 적송, 반송, 금강송, 곰솔의 것이 다르고 또한 소나무마다 크기, 두께, 모양, 형이 다 다른데 이들을 제대로 표현하는데 펜촉만 한 도구가 없습니다. 여러 종류의 펜이 있지만, 먹물을 찍어서 그리는 금속성 펜촉만을 고집합니다.”

– 은퇴 후 10여 년을 활동하는 젊음을  그 비법과 힘의 원천은?

“하루 24시간이 바쁩니다. 일일이 현지에서 사진을 찍고 스케치하는 과정부터 컴퓨터에 옮기고 그릴 작품을 선별해서 작업을 완성하는 단계까지 긴 시간이 걸립니다. 그 과정들이 두셋 겹치는 경우도 있어 늘 바쁘다 보니 육체적으로 건강이 유지되는 것 같고 눈뜨면 늘 해야 할 일이 있어 정신적으로 안정을 찾을 수 있습니다. 작품 자체도 섬세함을 요구하는 데다 수정이 안 되는 어려운 작업이어서 긴장해야 하는 시간의 흐름이 곧 수도하는 시간이 되어 심신의 평안을 느낍니다.”

– 앞으로의 계획과 더 담고 싶은 소재들은 있는지요? 한국 미술계 더 나아가 세계 미술계에서 영원히 살아남아 기여할 방법이 무엇이라고 보는지요?

“우리나라에는 36그루의 천연기념물 소나무가 있습니다. 일일이 만나보고 실제의 형상대로 옮기는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400여 그루의 지방 보호수가 있고, 20여 곳의 숲과 숲길이 있는데 가능한 한 모두 찾아보고  도도함보다는 겸손함으로, 화려함보다는 소박함으로, 색이 없는 먹으로, 붓이 아닌 펜으로 디지털이 아닌 아날로그 방식으로 우리 소나무의 참모습을 있는 그대로 그리는 게 내가 걸어가는 길입니다. 훌륭한 화가가 여러 재료와 도구로 소나무를 그리지만, 오직 펜과 먹물만으로 그리는 소나무 펜 화가로 남고 싶습니다. 우리 한국 소나무의 조형적인 아름다움이 펜화로 그려져 세계 유명 미술시장에서 선보일 때를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