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천을 오랜만에 산책했다. 2년 전 만났던 여인, 탄천의 어느 다리 아래에서 색소폰을 연주하며 가을을 부르는 여인의 소리가 들려왔다. 김상기(62) 씨다. 반가워하며 몇 곡을 들려줬다. 그냥 대화라기보다 색소폰과 살아가는 그의 취향에 멋을 느꼈다. 요즈음은 몇 곳에서 자원봉사로 연주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
늘 그곳에 자리를 지키며 매일 11시면 나와서 두 세시간 연습 겸 연주를 하고 간다. 몇 년 째다. 넓은 다리 아래는 산책을 하는 사람들만 종종 보일 뿐이지만, 더러는 와서 앉아 한 시간 씩 감상을 하고 그네들이 사는 이야기를 건네기도 한단다. 취미도 이쯤 되면 보통은 넘는다.
탄천을 오가는 사람들이 이 음악 소리를 듣고 잠깐이나마 힐링이 되었다면 좋겠다. 언제까지 연주할 생각이냐고 물으니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할 것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이런 정도의 끈질김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돌아온 산책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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