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 감독의 버닝(BURNING, 2018)

명감독의 솜씨가 녹슨 듯한 영화
이 영화는 미성년자 관람 불가 영화답게 정사(情事) 장면이 몇 번 나온다. 하지만, 그 장면들은 미성년자뿐 아니라 성인들도 보기 민망한 변태 장면에 가깝다. 정사(情事)는 어디까지나 신비하고 성(聖)스러워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있는 ‘경로’ 세대 중에서 눈을 돌리는 사람이 많았다.

 

이 영화 ‘버닝’은 지난 5월 17일 개봉하여 처음 며칠 동안은 관객이 많았다.

아마 올해 프랑스 칸영화제에서 ‘버닝’의 이창동(65세) 감독이 ‘국제영화비평가상’, 신점희 미술감독이 ‘벌칸상’을 수상했다는 뉴스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관객이 점점 줄어 5월 말 현재 손익분기점 약 250만 명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으로 마무리되어가고 있다.

11년 전, 영화 ‘밀양’으로 칸에서 여우주연상(전도연)을 받았던 이 감독은 그 외에도 ‘박하사탕’ ‘오아시스’ 등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영화감독이다. 특히 1996년도 그의 데뷔작인 ‘초록물고기’는 신인감독상, 각본상 등 국내외 각종 상을 휩쓸었다. ‘초록물고기’와 ‘박하사탕’이 한국의 군사독재와 근대화, 도시화의 어두운 면을 부각(浮刻)함으로써 2003년 노무현 정부 출범과 함께 문화부 장관에 전격 발탁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그의 현실참여 성향은 이번 영화 ‘버닝’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점점 늘어나고 있는 청년실업과 사회와 가정에서 냉대를 받는 청년들의 방황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이야기의 기본인 재미가 없고 지루하여 상영시간 2시간 반이 더욱더 길게 느껴진다는 사실이다. 미스터리(mystery) 영화인 것 같으면서도 전문가가 아닌 일반 관객에게는 난해하기만 하다. 그렇다고 전율(thrill)이 있다고 하기에는 상당히 부족하다.

‘버닝’의 남우 주연 유아인(31세)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배우이지만, 이 영화에서 처음 데뷔한다는 신인 여배우 전종서(24세)는 세종대학교 영화예술학과 휴학 중이라는데 기성 여배우 못지않다.

또 한 사람의 남우 주연 연상엽(Steven Yeun)(34세)은 서울에서 태어나 미국에 이민 가서 캘러머 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한 한국계 미국인이다.

옛날에는 한국계 미국인이 영화에 출연한다고 하면 일본인이나 중국인 역할로 나오는 게 많았으나 요즘은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고 한국 상품들도 늘어나 미국드라마 안에서도 한국인으로 출연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 영화는 일본의 단편소설 무라카미 하루키의 원작인 ‘헛간을 태우다.’에서 소재와 대사를 일부 모방했다고 하는데 대부분은 창작이라고 한다. ‘버닝’의 뜻은 ‘불타는, 갈망하는’이라는 뜻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 벤(연상엽)이 비닐하우스를 여러 번 태웠다고 말하지만, 종수(유아인)가 어렸을 때 불타는 비닐하우스를 바라보는 장면이 딱 한 번 나오기만 한다.

김진홍 기자 yacho44@silvernettv.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