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만에 고국 품으로…사할린 동포 270명 올해 영주귀국

작년 선정자들 2월 단체·개별 입국…재외동포청, 9일 동해항서 100명 환영행사
80여 년의 긴 기다림 끝에 사할린 동포들이 드디어 고국의 품에 안겼다. 이손귀(100세) 할머니를 비롯한 사할린 동포 270명이 올해 처음으로 영주귀국을 시작했다. 일제강점기 강제 동원으로 사할린에 이주한 이들은 광복 이후에도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타국에서 삶을 이어왔다. 지난 9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항을 출발한 여객선이 강원도 동해항 국제여객터미널에 도착했다. 이 여객선을 통해 입국한 사할린 동포 100명은 대한적십자사와 재외동포청이 마련한 […]
지난 9일 사할린 동포 100명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항에서 여객선을 타고 강원도 동해항 국제여객터미널을 통해 단체 입국했고 170명도 개별 입국 등을 통해 고국의 품에 안겼다.(사진제공=재외동포청)

80여 년의 긴 기다림 끝에 사할린 동포들이 드디어 고국의 품에 안겼다. 이손귀(100세) 할머니를 비롯한 사할린 동포 270명이 올해 처음으로 영주귀국을 시작했다. 일제강점기 강제 동원으로 사할린에 이주한 이들은 광복 이후에도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타국에서 삶을 이어왔다.

지난 9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항을 출발한 여객선이 강원도 동해항 국제여객터미널에 도착했다. 이 여객선을 통해 입국한 사할린 동포 100명은 대한적십자사와 재외동포청이 마련한 환영 행사에서 따뜻한 환대를 받았다. 나머지 170명도 개별 입국 등을 통해 고국에 발을 디뎠다.

환영 행사에는 변철환 재외동포청 차장, 박은영 대한적십자사 본부장 등 주요 인사들이 참석해 동포들을 맞이했다. 특히, 이번 단체 입국 동포 중 최고령인 최군자(92) 할머니는 변철환 차장과 박은영 본부장의 안내를 받아 행사장에 입장해 환영을 받았다. 행사 후 동포들은 자신이 정착할 전국 각지로 이동했다.

사할린 동포들의 영주귀국은 1992년부터 추진된 정부 사업의 일환이다. ‘사할린동포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일제강점기 강제 동원으로 사할린에 이주했으나, 귀환하지 못한 동포와 그 동반가족을 대상으로 영주귀국과 국내 정착을 지원하고 있다. 이번 사업에는 재외동포청, 대한적십자사, 보건복지부, 법무부, 국토교통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다양한 기관이 협력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법 개정으로 지원 대상이 직계비속 1명에서 자녀 전체로 확대되면서 더 많은 동포와 그 가족이 귀국을 신청할 수 있게 됐다. 올해 하반기에는 새롭게 선정된 동포들이 추가로 영주귀국할 예정이다.

재외동포청은 영주귀국 동포들이 안정적으로 국내에 정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사업을 운영 중이다. 동포 2·3세 모국 방문 사업, 영주귀국 동포 법률지원 사업 등을 통해 동포들의 생활 안정을 도모하고 있으며, 올해 처음으로 귀국 동포들의 생활 여건을 파악하기 위한 실태조사도 진행할 계획이다.

변철환 차장은 “설렘과 함께 걱정도 크시겠지만, 조국에서의 새로운 시작이 외롭지 않도록 대한민국 정부가 언제나 사할린 동포들과 함께하겠다”며 “국내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동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박은영 본부장도 “사할린 동포들의 귀국은 단순한 귀국이 아니라 역사적 아픔을 치유하고 회복하는 연대의 과정”이라며 “대한적십자사는 이들의 귀국과 정착을 지난 수십 년 동안 지원해 왔다. 올해도 귀국 동포들이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정부와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80여 년 전 떠나야 했던 고국으로 돌아온 사할린 동포들. 그들의 오랜 기다림이 이제 조국에서 새로운 삶의 출발로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