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꽃속의 검단산

오늘 산행은 검단산으로 정했다.

 

내가 이 산을 정한 것은 긴 세월 영어의 몸이었던 친구의 첫 마디가

하얀 눈길을 마냥 걷고 싶다였기 때문이었다

 

또한 청년시절 이 산 주변에서 푸른 창공에 몸을 던지며 낙하 훈련을

했던 추억이 서린 곳이기도 하다

 

검단산은 높이 657메타로서

경기도 하남시 동쪽에 소재하며 바로 앞에는 예봉산,동북쪽에는 운길산.

그리고 양수리에서 합류된 남한강과 북한강이 한줄기되어 산언저리를 흐르는

수려한 산이다.

 

백제시대에는 천신에게 제사를 올리는 신성한 산으로 알려져 왔다

 

다만,이조에 들어와 태종 이방원이 이 산에서 사냥을 즐겼다는 기록은 남아있다

 

초입에 있는 애니메이션고등학교를 지나니 좌우엔 비닐하우스가 많았다

 

길옆에 차를 주차한 후 검단산 정상을 향해 오르다 보니 왼쪽에 현충탑이 있다

 

국가를 위해 산화한 애국지사와 전몰장병들을 추모하는 탑이라 한다

 

잠시 숙연한 마음으로 현충탑 주변을 둘러 본 후 산행 길에 올랐다

 

전혀 기억나는 곳이 없으니 인걸은 말할 필요도 없지만 산천도 의구한

것 같지 않다

 

얼어붙은 계곡 속에선 졸졸졸 여울물이 흐르고 있었다

 

지금까지 쌓인 눈도 적지 않은데 날씨는 잔뜩 흐려 있어 금방이라도 눈이

내릴 것 같다.

 

무쇠같은 청춘시절 이처럼 눈이 많이 오면 뒤따라오는 산행인을 위해 눈을 다지며

앞으로 나가던 러셀링을 했었는데 지금은 참으로 산행길이 좋아졌다.

 

나무계단 데크에다 밧줄까지 달아주니 산오르기가 사치스러울 정도로 수월하다

 

조금을 더 오르니 약수터가 나온다

 

목마른 나그네가 목을 축이며 잠시 쉬어가란 듯 의자도 있다

 

여기서부터는 급경사이며 눈덮인 산 언덕길 속에는 들쭉날쭉 돌길이 계속된다

 

한참을 엉기듯 기어 오르니 고색창연한 정자가 보인다.

 

그 정자에 앉아 하계를 내려다보니 마치 난 선계에 온 듯 착각에 빠져든다

 

이윽고 정상에 다달으니 사방이 탁 트여 생각했던대로 조망이 훌륭하다

 

특히 한강을 바라다 볼 수 있어 좋았지만 날씨 탓인지 희미하여 실망스럽다.

 

원래는 오른쪽으로 한강을 바라보며 능선을 따라 걸으며 하산하려했으나 시계불량으로

온 길을 되돌아 가기로 했다.

 

하산 길에 참새가 내 앞을 왔다갔다 한다. 그 미물도 내가 먹이를 줄 것 같다고

기대했나 보다. 비스켓을 조각내어 새 앞에 던져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금을 더 가니 이번엔 까마귀 떼가 내 앞길에 가득했다

지들끼리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는 없다

불현듯, 옛날 우리의 선인은 가마귀 눈비 맞아 희는 듯 검노메라~~” 라는 시조를

읊펐다는데….

흑심은 흰색으로 아무리 포장해도 그 본래의 검은 마음을 드러낼 수 밖에

없음을 노래했으리라

 

눈은 갈수록 심해져 어느 덧 폭설이 되었고 나도 무사히 산행을 끝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