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당림 이종무 화백을 기리다

당림미술관이 2025년의 시작과 함께 특별한 전시를 마련했다. 바로 창립자인 당림 이종무 화백의 삶과 예술 세계를 돌아보는 회고전이다. 충청남도 아산에 위치한 이 미술관은 한국 현대미술의 산증인이자 큰 흐름을 형성한 이 화백의 유산을 깊이 있게 조명하고자 ‘시대의 감각: 바람을 담다’라는 주제로 전시를 기획했다. 미술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띄는 작품은 1987년작 《초록의 산(Mountain in Green)》이다. 짙고 깊은 초록빛이 […]
당림 이종무 화백 회고전 ‘시대의 감각 : 바람을 담다’ 포스터

당림미술관이 2025년의 시작과 함께 특별한 전시를 마련했다. 바로 창립자인 당림 이종무 화백의 삶과 예술 세계를 돌아보는 회고전이다. 충청남도 아산에 위치한 이 미술관은 한국 현대미술의 산증인이자 큰 흐름을 형성한 이 화백의 유산을 깊이 있게 조명하고자 ‘시대의 감각: 바람을 담다’라는 주제로 전시를 기획했다.

미술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띄는 작품은 1987년작 《초록의 산(Mountain in Green)》이다. 짙고 깊은 초록빛이 화폭에 가득 찬 이 작품은 당림 화백이 자연을 통해 추구한 예술적 본질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관람객들은 한 걸음 한 걸음 전시를 따라가며 그의 내면을 관통한 ‘바람’이라는 주제를 체감하게 된다. 그의 작품에서 바람은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닌 시대적 사유와 내면의 울림을 전달하는 중요한 매개체다.

이종무 화백은 1916년 충남 아산에서 태어나 일제강점기의 고난과 한국전쟁의 상흔을 온몸으로 겪어낸 예술가다. 그는 한국 최초의 서양화가 고희동 선생에게 사사받고 일본 동경동방미술학원에서 미술을 체계적으로 배웠다. 귀국 후에는 한국 미술계를 이끌어 가며 당시 이념적 갈등으로 분열된 화단을 통합하기 위해 노력했다. 홍익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면서 후학 양성과 함께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장, 국전 초대작가 등 다양한 직책을 맡아 미술계의 발전에 헌신했다. 그의 이러한 공로는 대한민국문화훈장과 대한민국예술원상 수상으로 이어졌다.

전시를 기획한 당림미술관 관계자는 “이종무 화백은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도 붓을 놓지 않으셨다”며, “그의 작품에는 시대를 초월한 한국적 정서와 자연에 대한 깊은 통찰이 녹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전시 공간 곳곳에서 만나는 그의 작품들은 한국의 산천과 자연을 소재로 삼아 변치 않는 순리를 탐구한 흔적들로 가득하다.

이번 전시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점은 다양한 관람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최첨단 기술을 도입했다는 것이다. 관람객들은 VR 기기를 통해 화백의 작품 속 공간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 또한 청각장애인을 위한 키오스크와 태블릿 안내 서비스가 제공되어 누구나 편리하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당림미술관 측은 “예술은 모든 이에게 열린 공간이어야 한다”며 관람 환경 개선에 지속적으로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이종무 화백의 작품에서 가장 큰 감동은 자연의 깊이를 직관적으로 전한다는 점이다. 그의 화폭을 가득 메운 바람과 나무, 산과 들은 단순한 자연 경관이 아니라 혼란한 시대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인간의 내면과 평온을 상징한다. 이번 전시는 바쁜 현대사회 속에서 자연과 예술이 주는 깊은 울림을 되새기는 귀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당림 이종무 화백 회고전 《시대의 감각: 바람을 담다》는 오는 3월 11일까지 계속된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아산의 자연을 함께 만끽하며 그의 작품 세계를 온전히 느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