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판소리의 대가 임진택 명창이 창작판소리 인생 50주년을 맞아 선보이는 작품 ‘안중근’이 오는 12월 22일과 27일, 노무현시민센터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이 작품은 명창 임진택이 안중근 의사의 삶을 판소리로 재해석한 대작으로, 안중근의 옥중 자서전 ‘안응칠 역사’를 바탕으로 작창한 점이 특징이다.
1909년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안중근 의사는 단순한 영웅이 아니라 동양평화를 위해 목숨을 건 투사였다. 그는 일본 법정에서 당당히 이토의 죄악을 열거하며 조국의 독립과 동양평화의 당위성을 설파했다. 이번 공연은 이러한 안중근의 원대한 사상과 거사 과정을 판소리로 녹여내어 그가 남긴 정신을 오늘날 다시 조명한다.
안중근과 동양평화의 이상
안중근 의사는 단순한 의거를 넘어 동양평화라는 원대한 이상을 꿈꿨다. 그는 사형 집행 직전까지도 두 권의 책을 집필했는데, 그중 미완성으로 남은 ‘동양평화론’은 현재 ‘동아시아 평화공동체’ 개념에 비춰보면 선구적인 발상으로 평가된다. 임진택 명창은 이러한 안중근의 사상을 무대 위에 되살리며, 동시대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특히 임진택의 창작판소리 ‘안중근’은 단순히 역사를 재현하는 것을 넘어 안중근이 지녔던 인간적 면모와 신념, 그리고 그의 독립투쟁 과정을 심층적으로 다룬다.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기까지의 치밀한 계획과 실행 과정이 소리와 장단만으로 생생하게 전달될 예정이다. 공연의 절정부는 하얼빈 의거를 결행한 엿새간의 장면으로, 단 한 명의 소리꾼이 20분 동안 긴박한 사건 전개를 소리로만 표현해낸다.
전통을 넘어선 창조적 판소리
임진택 명창은 전통에 안주하지 않고 판소리의 현대적 부활을 꾀해온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는 전통 판소리 다섯 마당을 넘어 ‘창작판소리 12바탕’이라는 새로운 예술적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는 전통 소리판 양식인 한 광대와 한 고수의 구성으로 무대를 꾸며 판소리 본연의 미학을 살린다.
공연의 미술감독을 맡은 화가 박불똥은 사진과 포토콜라주 작품으로 무대를 시각적으로 풍부하게 채운다. 안중근의 삶을 시각적 이미지로 재구성한 그의 작품들은 정지된 이미지와 동영상 효과가 결합돼 관객들에게 새로운 예술적 체험을 제공할 것이다.
임진택의 창작판소리 ‘안중근’은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며 판소리가 시대적 소명을 다시금 이끌어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의 예술혼이 담긴 이번 작품이 안중근 정신을 대중들에게 새롭게 각인시키고, 동아시아 평화의 메시지를 널리 전파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