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마주한 점들과의 교류만을 통해 자신을 규정짓고, 문제를 해결하려 하곤 한다. 시간이 갖는 연속성 아래에서 우리는 서로서로를 구분 짓고, 그 구분을 자신의 정체성과 연관 짓는다. 이것이 바로 세대(世代)다.
경험해 온 것이 다르고 사회적 위치가 다른 이상, 세대의 구분은 당연한 것일지 모른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 사회가 그러하듯, 이 세대의 구분이 특성을 넘어 ‘차이’로 나아갈 때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차이의 지각을 시작으로 다른 세대와의 소통을 줄이고, 자기 세대와의 관계만으로 나아가면서 그 악순환이 시작되는 것이다. 서로를 이해하려 노력하기보다는 다름에 집착하고, 자신의 잣대로만 서로를 평가해 옳고 그름으로 나누게 된다. 이는 종국에 갈등과 반목이라는 참혹한 결과를 만들어낸다. 특히 고도성장과 급격한 사회변동을 겪은 우리나라는 세대 간 간극이 크고, 인식되는 차이가 많기에 그 위험성이 더욱 높다.

이러한 세대 간 차이의 고착화 과정을 사회심리학적으로 ‘내집단편애, 외집단배제(Ingroup–outgroup bias)’를 통해 설명할 수 있다. 이 이론은 만약 차이가 극명한 두 집단으로 나뉠 경우, 자신이 속한 집단만을 선호하고 그 집단의 의견을 향해 극화되는 것을 말한다. 활발한 교류와 의견교환이 가능한 자기가 속한 집단 내에서는 갈등, 다양한 의견들을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반대로 외부의 집단들에 대해서는 그들을 단 하나의 속성으로만 판단하고, 배척하려고만 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엔 자집단의 입맛에 맞는 의견만을 받아들이는 ‘선택적 노출(Selective exposure)’이 강하게 나타나게 되며, 이는 자기설득만을 강화시키고 집단 간 극단적 대립을 잉태하게끔 한다. 우리 사회도 이러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은 충분하다.
심지어 세대 간 통합과 교류의 역할을 수행해 온 미디어가 분화되면서, 극화가 폭발해 버릴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언론수용자의식조사에 의하면 20대는 스마트폰으로, 60대 이상은 텔레비전으로 주로 정보를 습득하는 미디어절벽의 모습을 보이는데, 각 미디어가 수용자의 입맛에만 맞추려 하면서 공감대 형성기능은 뒷전이 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세대 간 이용 매체의 차이는 결국 집단 내 의견의 고착화에 영향을 주게 되고, ‘지각된 현실’의 차이를 만들어 서로 자신의 인식이 옳다는 자기주장만을 가져오게끔 만들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그 방법으로 먼저 집단사고의 방지와 의견의 다양성을 수용하는 장의 형성이 있다. 고착화를 막기 위해 우선적으로 다른 세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실버넷의 청만실과 같이 다른 세대의 시각을 전달해 줄 수 있는 ‘간섭적 도구’가 필요하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외부의 적이나 초집단적 관심사 등을 통해 서로 다른 세대를 하나로 묶어줄 수 있는 연결고리를 형성하는 것이 있다. 공통적으로 문제 삼을만한 대상을 먼저 부각시킨 뒤, 그 안에서 의견의 교류가 형성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무엇보다 이 문제가 사회적으로 논의되도록 공론화 하는 것이다. 각자가 이 문제의 심각성과 중요성을 깨닫고, 스스로 다른 세대에 노출되도록 노력하게 만드는 것이다.
아직 우리 사회는 갈등을 봉합할 충분한 가능성을 안고 있다. 하지만 이를 이야기하지 않고 지금처럼 덮어놓기만 한다면, 세대에 따른 구분을 바탕으로 하위집단화와 충돌이 가속화 될 것은 분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지금 바로, ‘세대 공감’을 계속해서 논의해야만 한다. 이제는 시간이라는 선(線)에서의 구분을 벗어나 함께 살아가는 공간으로써의 면(面)을 바라보고, 공감으로 나아가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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