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명의 관객들 앞에 서기 직전, 초보 배우들은 무대 뒤에서 춤도 춰보고 어깨도 주물러 보지만 좀처럼 긴장이 풀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막상 무대에 오르자 언제 긴장했냐는 듯 능숙하게 영어 대사를 쏟아냅니다.
조금은 어색한 발음이지만 한단어 한단어 또박또박 문장을 이어갑니다.
< 현장음> “그것은 내 치킨이네, 맛있겠다.” “나는 황금 달걀을 낳아. 나는 매일 황금 달걀을 낳을 거야.”
자녀를 결혼시키고 이제는 손주도 본 할머니도 있지만 이들은 모두 중학교 3학년 학생입니다.
여성 만학도를 위한 학교에서 공부를 시작한 지 2년도 되지 않은 이들에게 영어 연극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습니다.
< 김복동 / 64세> “영어가 외국말이기 때문에 하다가도 말이, 혀가 꼬여서 잘 안 돼서 버벅거릴 때가 많이 있었죠.”
삐뚠 글씨라도 직접 손으로 옮겨쓰며 외우기를 반복하자 지금까지는 몰랐던 기쁨이 찾아왔습니다.
< 변양례 / 62세> “ABC도 몰랐는데 A는 A 발음이 나고 B는 B 발음이 나고 하면서 간판을 더듬더듬 읽을 때 그때가 제일 좋았어요.”
한때는 누군가를 위해 잠시 꿈을 접어야 했지만, 늦깎이 학생들은 이제는 하루하루 배움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 이무선 / 69세> “숙제 안 한 것 같은 거 그게 몇 수십 년을 반세기가 넘어도 가슴에 묻혔었는데 그게 이뤄진 것 자체만으로도 너무 기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