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한 번 가보는 게 소원이었죠. 젊었을 땐 목돈이 들까 엄두도 못 냈는데 나이 들어서 괜한 욕심을 냈나 봅니다.”
김모(68·여)씨는 2013년 12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상설전시관에서 한 달에 12만원씩 30개월을 붓는 여행상품에 가입하면 유럽·미국 등으로 크루즈여행을 보내준다는 솔깃한 제안을 들었다.
한참 고민하던 김씨는 사정이 생겨 여행을 가지 못하게 돼도 돈을 모두 돌려준다는 말에 가입서를 작성했다. 특별한 직업이 없던 김씨는 자식들이 주는 용돈 등을 한 푼 두 푼 모아 360만원을 보냈다.
만기가 다가올 즈음 무릎 관절이 나빠져 여행을 포기하고 그간 모은 돈을 환급받아 수술을 받으려 했다. 하지만 돌연 여행사가 폐업하면서 해외 크루즈여행은커녕 수술도 못 하게 될 처지가 됐다.
알고 보니 해당 여행사는 서울, 부산, 인천 등 전국 28곳에 임시 홍보관을 차려 2∼3일간 운영하며 주로 노인을 상대로 회원제 적립형 여행상품을 판매하고 잠적하는 식으로 사기를 친 것이었다.
여행사를 설립한 A(63)씨와 대표 B(48)씨 등 4명은 2013년 11월부터 2015년 3월 사이 이러한 수법으로 피해자 72명에게서 3억4천900만원을 챙긴 혐의(사기·방문판매업법 위반)로 경찰에 입건됐다.
조사 결과 A씨 일당은 피해자들에게서 받은 돈을 직원 월급 등 회사 운영비와 생활비로 사용했지만, 정작 만기를 채운 고객을 외국에 보내주거나 환급해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피해자 대다수는 여성이고, 연령대는 60대 이상이 많았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A씨 일당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으며 유사한 피해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13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홍보관에서 여행상품을 판매할 때나, 너무 저렴하거나 많은 사은품으로 호객할 때는 반드시 의심해 봐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