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구속 기소 조양호

국감장 스타 백종원
한주간 재계 수장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들여다보는 CEO풍향계. 딸의 물벼락 갑질로 촉발된 전방위 수사 끝에 불구속 기소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국정감사에 출석해 화려한 입담을 자랑한 외식 사업가 백종원 대표 소식

 

수백억원대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아오던 조양호 회장.

결국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둘째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로 한진일가에 대한 당국의 전방위 수사가 시작되고나서 법원 심판을 처음 받게된 겁니다.

1999년 조세포탈과 횡령 혐의로 기소된 이후 19년 만에 다시 법정에 서게 됐습니다.

조 회장은 지난 4월 딸의 물컵 투척 사건이 이처럼 자신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거라 예상이나 했을까요?

우리나라 최고 법률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아 치밀하게 대응했겠지만 재벌가의 안하무인격 갑질 행위에 수많은 국민이 공분할 수 있다는 사회적 파장은 고려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돈과 지위만 있으면 직원을 하인부리듯 하고 보통사람은 무시할 것이라는 저변의 부정적인 재벌 정서를 읽지 못한 탓도 있겠죠.

조 회장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 받게 되지만 실형 선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대외적으로 조심스러운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물벼락 갑질의 장본인인 조 회장의 딸 현민씨.

아버지와 달리 재판에는 넘겨지지 않았습니다.

폭행 혐의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않아 ‘공소권 없음’으로 업무 방해는 ‘혐의 없음’으로 검찰이 결론 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상처뿐인 승리라는 표현이 맞을까요?

법적 책임은 피했지만 조씨의 물벼락 갑질은 한진일가의 갑질, 비리 의혹을 수면위로 드러낸 시발점 역할을 했습니다.

아버지는 기소됐고 어머니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 언니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불법 고용과 밀수 등의 혐의로 한때 구속 위기에 몰렸습니다.

대한항공 직원 수백명은 광화문에 모여 총수 일가의 퇴진을 요구하기까지 했습니다.

한진일가는 일단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남긴 이미지는 땅콩과 물컵 세례, 손찌검, 욕설에 직원들의 퇴진 시위까지 온갖 갑질과 위법 의혹에 이미지는 이미 크게 떨어졌습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는 우리나라 총수 일가는 눈에 띄지 않았죠.

대신 외식 사업가이자 방송인으로 유명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열악한 처지의 골목 상권, 자영업 실태에 관해 의견을 피력해 주목 받았습니다.

직접 한번 들어보시죠.

<백종원 / 더본코리아 대표이사> “우리나라는 인구당 매장 수가 너무 많습니다. 과도해요. 미국 같은 경우 매장을 열려면 최소 1~2년이 걸리고 쉽게 할 수 없는데 우리나라는 외식업을 너무 쉽게 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식당 하시는 분들이 너무 겁없이 준비없이 뛰어들다 보니…”

공세적 질문을 던진 의원들과 설전도 벌였습니다.

외식업을 넘어 호텔 업계에도 진출한다거나 골목 상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에 백 대표는 “호텔 안에는 왜 비싼 식당만 있어야 하느냐” “가맹점 잘 키워 점주가 잘 벌 수 있게 해 준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매끄러운 입담에 올해 국정감사 스타는 백종원이라는 말까지 나왔는데요.

유력 대기업 총수 없는 이번 국감에서 의원들이 대중적 인지도 높은 인물을 불러 한번 튀어보려다, 오히려 백 대표의 능수능란한 요리에 휘말린 모양새가 됐습니다.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사절단에 포함돼 결국 유럽에서 시선을 끈 경영인도 있습니다.

국내 대표 포털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 책임자입니다.

국내에서는 ‘은둔의 경영자’로 불리지만 파리 엘리제 궁에서 열린 문 대통령과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만찬장에 참석해 카메라 세례를 받았습니다.

프랑스 정부가 이 창업자를 초청하고 싶다는 뜻을 청와대가 수용하면서 이뤄진 것이라 하는데요.

프랑스는 네이버가 최근 2~3년간 집중 투자를 하고 유럽 진출의 교두보로 삼으려는 곳입니다.

네이버가 공식적으로 밝힌 프랑스 투자 금액만 5,200억원에 달합니다.

지난 2월 네이버 등기이사직을 내려놓은 이 창업자.

주변 사람들에겐 “유럽은 마지막 남은 미개척지”라는 말로 유럽 진출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고 합니다.

인공지능과 자율주행 등 미래산업 인재가 풍부한 유럽에서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건 당연히 칭찬할만한 일이죠.

하지만 한편으론 상대적으로 열악한 우리나라의 4차 산업 환경과 AI 인재의 부족을 드러낸 듯해 아쉬움도 남습니다.

올해는 재벌 총수 일가들의 갑질, 일탈 문제가 무엇보다 큰 이슈를 차지했었죠.

하지만 예년과 달리 주요 총수 일가들은 증인에서 제외됐습니다.

결국 대기업의 대표이사나 실무진, 중견기업 CEO들, 대중에 잘 알려진 백종원, 선동열이 나왔는데 사법부 뿐만 아니라 국회에서도 유전무죄, 재벌 봐주기란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