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찬익씨는 15년전부터 홀로 두 아들을 키우고 있습니다.
지금이야 무사히 잘 커준 자식들이 고맙지만, 어릴 때만 해도 곤란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길찬익 / 서울시 구로구> “어린이집에서는 (저 때문에) 퇴근을 못하고 누군가 혼자 앉아 있어야 하니까… 애를 혼자 만화영화 틀어놓고 독방에 놔두듯이. 그런걸 다 눈으로 봐야하니까…”
무엇보다 힘든 건 애 키우는 법을 몰랐다는 겁니다.
육아모임에 나가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길찬익 / 서울시 구로구> “여성들은 내 사정이야기를 잘해요. ‘언니 나 힘들어’하면서 잘 친해지는데, 남성들은 그럴줄 모른다 이거지. 내가 힘들어도 힘들다 소리 못하고 어떤 정보가 있어도 자존심 때문에 알려달라 말을 못하는 거야…”
육아휴직 중인 고현전씨.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이지만 부인이 육아를 도맡아 할 때는 막상 서먹한 감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고현전 / 육아휴직자> “일찍 퇴근을 해서 집에 와도 아이는 잠들기 직전이고, 오래 놀아봤자 한두시간이니까…친밀감을 쌓는데 어려움이 있었죠.”
이같은 문제는 모두 독박육아, 육아는 여성의 몫이라는 생각이 팽배한 탓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정작 본인은 육아에 대한 책임을 지려고 해도 기업이나 사회에서 남성 육아를 곱지 않게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남성 대상 육아교육 시설이나 육아휴직 이후 경력단절 남성에 대한 대책 역시 턱없이 부족하기만 합니다.
팍팍한 살림살이에 맞벌이 가구는 늘어나는데 여전히 아빠는 돈을 벌고 엄마는 애를 봐야한다는 선입견 탓에 남녀갈등만 커진다는 겁니다.
<김수정 / 동아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과거 가부장적인 남성성, 장시간 근로의 회사인간 이런 남성들이 현재 가족의 변화에 준비되지 못했고 또 남성들 역시 일가정 양립을 하는데 있어서 불편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육아와 가사는 오롯이 여성의 몫이라던 뿌리깊은 성차별, 오히려 아빠의 어깨를 무겁게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