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소리와 휑한 내장산 산자락에 흰 눈이 덮여 있다. 다듬잇돌에 두 방망이 또닥거려 다듬어진 흰 옥양목 카펫 위를 걷는 양 상큼하다. ‘꽃은 떨어지면 줍는 사람이 없어도 곱게 물든 낙엽은 주워서 책갈피에 꽂지 않더냐.’ 잘 죽는 방법으로 어떤 스님의 말이 겹쳐 생각난다. 차가운 바람도 하얀 눈도 방해물이 아니다. 아름다움이 영원하지 않음을 산 나무는 전신을 드러내 고스란히 보여준다. […]
겨울과 봄의 경계에서 아직은 손끝 시린 소소리바람이 있습니다. 낙엽 이불 속에서 쑥의 얼굴이 보였습니다. 낙엽 들추고 잎을 만진 손에서 향긋한 쑥 향기가 묻어 따라다닙니다. 시장에 들러 한 주먹 사다가 끓여 봐야겠습니다. 제철 쑥국은 보약이라 단군신화에도 등장하는 쑥은 약성도 뛰어나다지요. hisuni@silvernettv.com
전철 경로석 세 자리의 가운데 실버가 실눈으로 떴다가 감았다 하더니 휠체어를 밀고 들어오는 두 여인을 한참이나 훑어본다. 양보해야 할까 말까 계산했을 것이다. 봉을 잡고 서 있으려는 키 작은 여인에게 자리를 권한다.
봄이 햇살을 이고 살짝 찾아와 기웃거릴 즈음 정읍 내장산은 아직 눈 이불을 덮고 있다. 흰 눈은 깔려 있어 겨울인데 봄이 문틈으로 내다보니 한기가 가신 겨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