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 드론, 소금쟁이 로봇

“생물, 로봇이 되다”
생물의 운동·모양 모방하면 새 로봇 개발 가능

 

입춘을 지나 따뜻한 봄이 오면 겨우내 웅크리고 있던 동물들이 기지개를 켜고 활동을 시작한다. 제각기 다른 이들의 생김새와 능력은 저마다 환경에 적응해 진화한 결과다.동물에게 관심을 가지는 건 생물학자만이 아니다. 로봇공학자 역시 이들을 유심히 관찰한다. 동물의 움직임이나 생김을 모방하면 로봇의 새로운 기능을 구현하거나 동작을 최적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의 사례로는 박쥐의 정교한 비행을 따라 하는 ‘배트봇’이 있다. 박쥐의 날개에 있는 관절과 유연한 피부를 모방한 것으로, 정순조 미국 칼텍(캘리포니아공대·Caltech) 교수팀이 개발했다.

배트봇은 실제 박쥐처럼 1초에 4∼6m를 날며 날개를 비대칭적으로 움직여 방향을 전환하고, 위에서 아래 방향으로 떨어지는 급격한 다이빙도 할 수 있다. 이는 날갯짓이나 프로펠러로 움직이는 기존 비행로봇이 가지지 못한 능력이다. 게다가 프로펠러 소음이 발생하지 않으며 사람과 충돌하더라도 위험하지 않다는 장점도 있다.

 

박쥐처럼 나는 비행로봇 배트봇의 모습. [사이언스 로보틱스 제공=연합뉴스]

날아다니는 곤충의 ‘쉬는 행동’을 따라 해 비행에 드는 에너지를 대폭 줄인 로봇도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와 하버드대 등 공동연구진은 비행 도중 천장 같은 곳에 붙어서 쉴 수 있는 100mg짜리 로봇 ‘로보비'(RoboBee)를 작년 6월 선보였다.

 

이 로봇은 정전기로 천장에 달라붙는다. 풍선을 마른 천에 비빈 뒤 천장에 가까이 대면 달라붙는 현상과 원리가 같다. 날갯짓을 계속할 경우 19mW의 에너지가 필요하지만 붙어서 쉬면 에너지는 7㎼밖에 들지 않는다. 배트봇과 로보비 같은 비행로봇은 현재 소형 무인기(드론)가 활용되는 재난현장 감시와 환경모니터링 등에 응용될 수 있다.

 

동전 크기의 로봇 로보비. [Kevin Ma and Pakpong Chirarattananon=연합뉴스]

뱀장어 새끼인 ‘유리뱀장어'(leptocephalus)처럼 투명하고 유연한 로봇도 개발됐다. 투명하고 물렁한 소재인 ‘하이드로겔’로 몸체와 구동장치를 만든 이 로봇은 초당 1cm 정도의 속도로 물속을 헤엄칠 수 있다. 또 몸체를 1천 번 잡아당겨도 모양이 잘 유지될 만큼 내구성도 뛰어나다.

 

투명 물고기 로봇의 모습. [육현우 연구원 제공=연합뉴스]

로봇 개발을 주도한 육현우 MIT 연구원은 “하이드로겔은 생체적합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이 로봇은 의료분야에 적용할 수 있고, 투명하므로 수중정찰에도 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높이 점프하는 작은 곤충을 모방한 사례도 있다. 조규진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팀은 길이 2cm, 무게 68mg짜리 소금쟁이 로봇을 2015년 발표한 바 있다. 이 로봇은 물 위에 앉아 있다가 길게 뻗은 네 다리를 몸쪽으로 모으면서 수직으로 솟구치는데, 이 높이가 무려 몸길이의 7배에 이른다.

 

실제 소금쟁이와 소금쟁이 로봇(금색)의 모습. 원 안은 로봇의 다리 부분을 확대한 모습. [서울대 제공=연합뉴스]

소금쟁이 로봇처럼 작은 크기로 간단한 기능을 수행하는 로봇은 재해현장이나 오염 지역, 전장에서 대량으로 흩어져 감시, 정찰 등의 목적에 사용될 수 있다.

한편 식물의 움직임도 모방의 대상이다. 조 교수팀은 곤충이 잎에 앉는 순간 0.1초 만에 잎을 닫아버리는 파리지옥의 잎 구조를 모방해 간단한 로봇을 만들었는데, 여기 쓰인 소재는 모양을 변형시키는 속도가 매우 빠른 만큼 ‘인공 근육’으로 활용할 수 있다.

 

파리지옥 로봇. [서울대 제공=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sun@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7/02/11 14:58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