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가 어때서

유통가 ‘그레이네상스’ 바람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이라는 노랫말처럼 꾸미고 가꾸는데 관심 많은 노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들이 큰손님이라고 한다.

 

패션쇼의 주인공, 모델들의 워킹 연습이 한창입니다.

한껏 차려입은 이들이 당당한 걸음걸이로 런웨이를 누빕니다.

<현장음> “턴도 더 시원시원하게! 그렇죠”

그런데 흔히 상상하는 모델의 모습이 아닙니다.

밖에 나가면 할아버지, 할머니 소리를 들을 60~70대, 시니어모델입니다.

<최수길 / 시니어모델> “늙은 노인 냄새가 안나고 좀 더 패셔너블하니까 애들한테도 좋고 내 자신이 뿌듯하고 자랑스럽죠.”

집안일 밖에 모르던 가정주부부터 은퇴한 직장인까지, 공통점은 무대 위에서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찾았다는 겁니다.

<소은영 / 시니어모델> “옛날에 당당한 것과 지금 당당한 게 달라요. 그래서 나는 이 생활이 내 일생에서 제일 중요해요. 내 생에서 지금이 제일 즐거운 세상이에요.”

활력을 되찾는 건 물론 은퇴 후 모델로서 제2의 인생을 사는 경우도 많습니다.

<정경훈 / 제이액터스 대표> “자세나 걸음걸이에 대해서 되게 관심이 많으세요. 또 이 분들이 시니어모델로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고요. CF나 광고, 패션쇼 이런 쪽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계세요.”

시니어 모델의 등장 노인세대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젊은이들 못지 않게 유행에 민간하고, 꾸미는 데 관심이 많은 중노년층이 늘어나고 있는 겁니다.

실제 유통가에선 50대 이상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습니다.

백화점과 인터넷 모두에서 이들이 쓰는 돈이 크게 늘었습니다.

건강식품이나 의료기기뿐 아니라 옷과 화장품 등 분야를 가리지 않습니다.

경제력을 잃고 지갑을 닫던 노인들이 이제는 유통가의 큰손으로 자리잡기 시작한 겁니다.

<서용구 / 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인지연령은 항상 10살 젊거든요. 그러니까 65세 고객한테 디자인했는데 55세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한발 앞서 고령화를 맞은 유럽이나 일본에서는 명품업체도 시니어모델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백발과 전성기를 더해 그레이네상스라는 신조어까지 생길 정도입니다.

침체에 빠진 유통업계가 이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 안간힘을 쓸 수 밖에 없는 상황, 우리 소비시장에도 고령화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