낳고 싶어도 못낳아

저출산의 복병 ‘난임’
2012년부터 법전에서는 ‘불임’이란 말이 ‘난임’으로 바뀌었다. 어렵지만 임신 가능성이 있다는, 희망을 담은 용어다. 하지만 저출산 현상이 심화하는 요즘, 한줄기 희망을 붙잡고 있는 난임 환자들의 아픔은 가려져 있다.

 

유명 산부인과 병원이 있는 서울 강남의 한 도로입니다.

이쪽이 난임치료센터, 길 건너 맞은편이 산후조리원입니다.

이 길 하나를 못 건너서 애태우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아이를 갖고 싶어도 갖지 못하는 난임부부들의 이야기입니다.

난임 환자 김모씨, 결혼생활 5년 동안 아이를 가지려고 안먹은 약이 없습니다.

부적을 쓰고 애가 잘 들어선다는 날까지 받아봤지만 효과는 없었습니다.

<김모씨 / 난임 환자> “처음에는 살이 너무 안쪄서 그런가해서 살도 8kg 정도 찌웠거든요, 약 먹고. ‘착상탕’이라고 있어요. 그런 것도 먹고 흑염소를 먹으면 몸이 좋아지고 따뜻해지면 임신이 된다고 하니까…”

결국 김씨는 병원치료를 받으며 시험관 시술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같은 난임 환자는 해마다 늘어 20만 명이 넘습니다.

결혼 시기가 늦어진 게 주된 원인입니다.

<한이정 /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교수> “나이가 들면서 난소 또한 노화가 진행되기 때문에 난자 수도 점차 감소하고 난자의 질도 떨어지기 때문에 가임력이 감소하게 됩니다.”

문제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겁니다.

보통 인공수정 비용은 50만원, 시험관 시술은 300만원 정도입니다.

지난해부터 최대 7번까지 건강보험 급여를 지원하지만 워낙 검사나 약의 종류가 많아 실제 드는 돈은 더 많습니다.

오는 9월부터 시행되는 병원별 임신 성공률 공개 역시 자칫 고령 환자에게 상처가 될 수 있습니다.

<김모씨 / 난임 환자> “다니는 병원 선생님이 산모 나이가 많으니까 “젊은 난자를 가지고 오라”는 식으로… 임신률이 공개되면 병원 타격이 크잖아요. 나이가 많으니까 더 케어해줘야 하는데, 나이가 많아서 더 버림받는다는 생각을…”

정부는 뒤늦게 최대 3일의 난임휴가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하지만 배란촉진, 세포 채취 등 시술 한번에 한달 가까이 걸리고 공무원이 난임치료로 2년 동안 휴직할 수 있는 것에 비하면 새발의 피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