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슴들이 한가롭게 숲 속을 거닙니다.
서너마리씩 무리를 지어 몰려다니며 풀을 뜯어 먹습니다.
아기 사슴과 함께 산책을 나온 사슴 가족들도 눈에 띕니다.
인기척이 느껴지자 재빠르게 숲 속으로 사라집니다.
소록도에 사슴이 처음 들어온 건 1992년입니다.
한 독지가가 한센인들에게 용기를 주려고 사슴 5마리를 기증하면서부터입니다.
하지만 최근 사슴들이 500여 마리까지 불어나면서 섬 생태계에 악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나무껍질을 벗기고 풀 한 포기까지 뜯어 먹어 숲이 황폐해지고, 곳곳에는 배설물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주민들이 겪는 피해도 큽니다.
사슴떼들이 주민들이 애써 키운 채소를 뜯어 먹는 탓에 주민들은 텃밭 주변에 이렇게 울타리를 설치했습니다.
<강선봉 / 주민> “진드기가 문제에요. 이제 집까지 들어와요. 산이라고 할 수 없죠. 이제는 진달래도 벼랑에나 한 포기씩 있을 정도지 다 사라졌어요.”
천적이 없어 사슴 무리는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폐해도 심각해지고 있지만 뾰족한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사슴을 함부로 죽일 수 없는 데다, 포획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박병수 / 국립소록도병원 시설계장> “사슴은 유해동물이 아니기 때문에 생포해서 나가야 합니다. 아직 저희는 대책이 없습니다. 예산 문제도 있고요.”
한센인들에게 용기와 희망의 상징이었던 사슴이 이제는 애물단지가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