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 특별 수행원에서 가장 관심을 끈 경제인은 단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었습니다.
이 부회장이 삼성 총수로서 북한 땅을 밟기는 이번이 처음인데요.
이 때문에 지난 주말부터 정부 당국과 삼성 임원으로부터 다양한 방북 교육을 받고 주의 사항도 숙지했다고 합니다.
이 부회장을 만난 북한 경제 실세 리용남 부총리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아주 유명한 인물”이라는 인사말까지 건넸습니다.
한국의 대표 기업을 이끄는 CEO이자 국정 농단 사건으로 재판을 받으면서 그동안 언론의 주목을 많이 받아 왔다는 점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겠죠.
경제난을 겪는 북한 입장에선 삼성 총수가 투자 의지만이라도 보여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고마울 수 있겠습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매출액은 239조원.
지난해 북한 국내총생산 GDP 약 30조 원과 비교하면 8배 가까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글로벌 기업 삼성으로서는 미국과 유엔 등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당장 투자 계획을 내놓거나 검토하기조차 어려운 상황.
이 부회장은 “이렇게 와서 직접 보고 경험하고 여러분을 뵙고 하며 ‘이게 한민족이구나’라고 느꼈다는 소감을 전했는데 말 한마디 한마디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경제 수행원 중에서 주목받은 또 다른 CEO가 있습니다.
LG그룹 구광모 회장입니다.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구 회장이 LG 수장으로서 언론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지난 6월 회장 취임 이후 첫 대외 행보인 셈인데요.
2000년과 2007년 남북정상회담 때는 구 회장의 아버지인 고 구본무 전 회장이 수행원으로 합류한 바 있습니다.
1978년 생인 구 회장은 이번에 4대 그룹 총수 중 최연소 막내로 북한 땅을 밟았습니다.
구 회장 역시 LG경제연구원으로부터 북한 경제 현안에 대한 교육도 받았는데 미디어에는 다소 긴장한 모습으로 비쳐졌습니다.
구 회장은 방북 전 소감 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죄송합니다”란 말만 남겼고, 북한에 도착해서도 “LG는 전자, 화학, 통신 등의 사업을 하는 기업이다. 좋은 기회를 주셔 감사하다”는 짧은 소감만 전했습니다.
구 회장의 행보는 이미 북한에 다녀온 경험이 있는 최태원 SK 회장이나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비교적 자연스러운 태도와 대조를 이뤘다는 평가네요.
북한을 방문하지 않았지만, 존재감을 드러낸 CEO도 있습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입니다.
최근 현대자동차그룹 수석 총괄부회장으로 승진했기 때문입니다.
2009년 현대차 부회장으로 승진한 뒤 9년 만에 그룹 총괄부회장 자리에 올랐습니다.
이번 인사로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차는 물론 기아차와 현대제철, 현대건설, 현대모비스, 현대캐피탈 등 전 계열사 경영을 총괄하는 자리를 꿰차게 됐습니다.
앞으론 그룹 전반의 경쟁력 강화, 신사업 추진, 통상 문제 등 현안 극복, 그룹 인사 등 경영 전반도 살펴보게 됩니다.
현대차는 강하게 부인했지만, 재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3세 경영’을 위한 수순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관측입니다.
현대차가 정몽구 현 회장의 경영권은 여전히 공고하다고 주장해도, 그 아들이 미래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 속 글로벌 통상 분쟁의 파도를 넘어야 할 차기 선장이 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특별수행단에 포함되지 않았어도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관심 받는 CEO도 있습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입니다.
서 회장의 아버지이자 이 회사 창업주인 고 서성환 선대 회장은 황해도 평산 출신의 ‘개성상인’인데요.
서경배 회장은 현재 북한 관련 사업은 하지 않지만 부친의 뜻을 받들어 북한 어린이의 영양 개선과 보건서비스 증진을 지원해온 CEO로 이름나 있습니다.
서 회장은 사재 3,000억원을 들여 과학 인재를 육성하는 프로그램으로도 시선을 끌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생명과학 기초 분야의 한국인 신진 과학자 5명을 선정해 연구비를 지원키로 했습니다.
신진과학자 선발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20년이 되는 2036년에는 100명의 한국인 과학자가 이 재단의 연구비를 지원받게 된다고 합니다.
앞으로 북한과 다양한 인연이 있는 서 회장의 향후 행보에도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주는 평양에서 열린 남북 정상 회담 소식이 온 국민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습니다.
남북 관계에 훈풍이 불고 우리 경제계도 풍성한 추석을 맞아 활력을 되찾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