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여름, 초등학생 손자 손녀와 함께 백제의 문화 발자취를 따라 여행을 했다. 비가 중간중간 오는 속에서도 그 옛날의 역사의 향기는 모두 들어볼 만했다. 백제의 미소를 찾아간 곳은 충남 서산의 암벽골짜기. 마애삼존불상(국보 제84호)의 미소는 하도 꾸밈이 없고 밝고 너그러워 ‘백제의 미소’라는 애칭이 조금도 어색하지 않다.
보원사지를 들러 오층석탑을 보며 오랜 역사의 남겨진 아름다움을 보았다. 깊은 산속에 한갓진 절터로 여기저기에서 백제 때부터 고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유물들이 출토되었음을 알 수가 있었다.
서산의 해미읍성(사적 제116호)은 조선 시대 읍성 가운데에 잘 보존된 읍성 중 하나다. 서해안 방어 군사 요충지이기도 했다. 동헌과 객사를 복원해 놓은 곳을 둘러봤다. 천주교 교인들의 순례지이기도 한 이곳의 처형 이야기는 간담이 서늘하기도 했다.
개심사를 찾아가는 길은 홍송이 울창한 숲을 지나 돌계단에 천천히 올라서서 상왕산 기슭의 오솔길에 긴 네모꼴의 연못을 만난다. 자연석의 보기 좋게 다듬어 깐 돌계단을 오르면 안양루의 근대에 명필 해강 김규진이 예서체로 담백하게 쓴 ‘象王山開心寺’ 현판이 눈에 들어온다.
해미읍성 앞에 있는 소머리국밥집에서 아침 겸 점심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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